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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Dec 13. 2021

어머니는 바쁘십니다

어머니의 입원 전날 밤

저희 어머니는 70이 넘으셔서 허리 디스크 수술과 양쪽 무릎 관절 수술을 모두 받으신 분이십니다. 평생을 아버지의 사업과 가족 뒷바라지를 하시며 쌓인 고생이 어머니에게는 모두 관절 쪽의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덤덤하게 이야기하니 그냥 "수술을 받으셨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지만 그 수술과 이후 회복 과정은 어머니에게도 저희 가족에게도 많은 고생이 있던 과정이었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기간 병원에서 무릎 관절 수술을 받으신 아주머니가 한쪽 무릎 수술을 끝내고 다른 쪽 관절 수술을 하기까지의 대기 기간 동안(보통 환자의 거동과 회복을 위해 양쪽 무릎 수술을 한꺼번에 하지 않고 길게는 한 달 정도의 대기 기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술 후 통증을 너무 아파하시다가 결국 남은 수술을 포기하고 퇴원하시는 걸 봤을 만큼 수술도 쉽지 않았고, 그 수술 이후 어머니가 자신의 몸을 가누며 움직이시까지에도 아버지의 간병과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고생을 하시며 수술들을 받으셨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머니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으셨고, 지금도 어머니는 걸으실 땐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짚으셔야 하고, 침대에 눕거나 몸을 뒤척일 때에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셔야 할 만큼 여전히 관절 통증으로 고생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이번에 부모님과 살림을 합친 후, 어머니의 상태를 정밀하게 보고 싶어 큰 병원에서 어머니의 전신 MRI를 촬영하였고, 어머니가 수술을 하신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 척추의 다른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어머니 연세를 고려해 수술을 할 수는 없고, 어머니의 통증 완화를 위해 "신경성형술"이라는 시술을 받자고 하시더라구요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 아니라 부분마취 후 카테터(관)를 디스크 부위에 삽입한 후 약물을 주입해 디스크와 신경의 유착된 부위를 띄어내고 신경의 염증 부분을 세척해 내는 '시술'이라 어머니 신체 부위의 부담이나 시술 후 회복도 좋을 거라는 병원 측의 설명에 조금 안심을 했어요.


그리고 이제 어머니는 내일 병원에 입원을 하십니다.

어머니께는 20대 분들은 시술 후 당일 퇴원도 하신다, 그렇게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 이거 끝나면 어머니 통증이 좀 덜할 수 있다고 한다... 등등의 전해 들은 이야기를 수없이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머니는 "수술"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어제와 오늘 참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십니다.


본인이 병원에 있는 기간(1주일~10일 예상) 동안 아버지와 제가 먹을 김치를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빨지도 않아도 될 옷들을 이것저것 세탁기에 돌려 빨래건조대에 널어두고, 주위 어르신들에게 한통 한통 안부전화를 하시고.... 이사한 후 어머니의 1일 평균 활동량을 생각하면 거의 1주일치 분량의 활동량을 보이며 뭔가를 이것저것 하고 계십니다.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저희 아버지와 함께 두 분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회복 불가능 상태가 됐을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 등록해두는 서류)'를 작성하고 오신 거예요. 자식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으시겠다면서요...


의향서를 작성하고 오셨다는 말씀을 전해 들으면서 입원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조금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이거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라구요.... 전신마취도 아니고 부분마취로 하는 시술이라 나중에 이렇게까지 비장하셨던 거 조금 어색하거나 부끄러우시면 어쩌시려구요. 당장 시술 끝나고 퇴원하시면 '우리 어머니 호들갑 떠셨다'며 제가 평생 놀려먹을 거예요. 시술 잘 받으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1.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

   -생명과 관련된 문서이니만큼 이 의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정식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https://www.lst.go.kr/main/main.do)에서 작성이 가능한 기관을 검색 후

     방문하셔서 절차에 따라 작성하셔야 합니다


2. 부모님의 관절 수술 관련된 개인적 의견

   - 저희 어머니가 경과가 좋지 않으셔서 그런지 저는 노인분들의 관절 수술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 디스크나 무릎 관절수술의 경우 수술 후 정상적으로 거동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서

     수술을 통해 문제가 되는 신체 부위는 기능이 좋아지더라도,

     거동하지 못한 기간(저희 어머니는 각 1년이었어요) 동안 온몸의 근육이 약화돼서

     결과적으로 신체 활동 기능 전체가 약화 되었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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