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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Dec 14. 2021

쓸데없는 걱정

어머니의 수술 날 아침

어머니의 수술 날 아침.

코로나로 보호자 한 명만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라 아버지만 병원에 가시고 저는 혼자 집에 남아 있습니다.


아침 아홉 시부터 시작한다던, 부분 마취에 길어야 한 시간 정도 걸린다던 ‘시술’은, 아침 열한 시가 되어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수술실에서 어머니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연락을 기다리는 저도, 다른 가족들도 모두 조바심이 납니다.


20대는 당일에 퇴원하고 걸어도 다닙니다..라는 말을 주술처럼 되뇌며 아버지의 연락을 기다리는 아침. 어머니가 병원에 가시기 전 집안 정리를 모두 해 둔 집은 더없이 넓고 조용하고 어둡습니다.


어머니가 ‘20대는 당일에도 퇴원하고 걸어도 다닌다’는 시술을 받은 날 아침. 쓸데없는 생각인 걸 너무 잘 알면서도, 높은 확률로 언젠가는 저 혼자 남겨질 이 집의 풍경이 갑자기 지금 제 눈앞으로 온 것 같아, 괜히 온 집안에 불을 켜고 음악을 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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