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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an 14. 2022

시급제로 일을 한다는 것

아르바이트 시작 후 며칠 동안의 느낌

1시간에 9,160원. 하루 8시간 일하면 73,280원. 이게 우리나라 2022년 최저 시급을 기준으로 산출된 액수래요. 그리고 이 금액이 제가 이번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을 금액입니다.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급제라고 하더라도 일한 비용을 ‘시간 단위’로 받는 건 아니고 그걸 한 달 동안 모아서 한꺼번에 입금받는 거라, 저는 이게 제가 지금까지 일했던 ‘연봉제’ 기반의 것과 무에 다를까 싶었어요.


‘연봉제’와 ‘시급제’의 차이는 뭐랄까요, ‘수묵화’와 ‘점묘화’의 차이 같달까요? 수묵화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백지의 여백도 그림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잖아요. 그러니까 ‘연봉제’ 기반으로 일을 할 때에는 자리를 비우거나 조금 일찍 퇴근하거나 하더라도 그다지 부담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 일을 하거나 하며 완급을 조절하면서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1년치 일할 비용이 통으로 산정이 되어있으니 그 시간 안에서 네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완수하렴’하고 회사가 저에게 말을 해준 것 같아서 , 자리를 비우고 근무시간을 조정하는데 크게 눈치를 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급제’ 일을 할 때에는 말입니다.., 그림의 모든 여백을 하나하나 점으로 찍어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기분이랄까요.. 1분 1초라도 자리를 비우면 왠지 전체 그림에 생겨서는 안 될 물감이 묻지 않은 빈 여백이 생기는 기분이고, 특별히 할 일이 있지는 않더라도 직무유기를 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건 제가 소심해서 일 수도, 일을 처음 시작하는 거라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이지 1분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느낌이 듭니다ㅎ


물론 제 생각이 단순히 ‘연봉제/시급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또는 ‘고소득/저소득’, ‘책임감/워라벨’ 같은 여러 가지 비교 기준이 있겠죠? 생각해보면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도 따져보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시급제’로 고용을 한 거니 저랑 같은 시급제로 일을 하는 건데 말입니다ㅎㅎ(물론 그분들은 소속 회사에서 고액 연봉을 받거나, 프리랜서라는 점이 다르겠지만)


그냥 처음 시작하는 거라 조금 신경이 많이 쓰이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하는 거니, 하다 보면 여유를 즐길 수도, 바쁘면 시급과 상관없이 열심히 더 일하는 순간도 생길 거라 짐작하고 있구요. 그냥 지금 이 순간은, 점묘법으로 그림 그리는 기분으로 1분 1초 자리를 채우며 있어보려구요. 시급제든 연봉제든 그런 거 상관없이  퇴근시간은 어찌 됐든 다가올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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