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의 채용 과정에 쓰이는 입사지원서 항목에 평균 4개꼴로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5월부터 석 달 동안 온라인 채용 공고 사이트에 신규 채용 공고를 게시한 공공기관·민간 기업의 입사지원서 3천567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입사지원서에 가장 많이 포함된 차별적 요소는 '나이'였다. 분석 대상 입사지원서의 98.5%가 지원자의 연령 정보를 요구했다.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을 요구하거나 입학연도·졸업연도를 기재하게 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했다.
연구팀은 "특정 연령대를 알 수 있게 하거나 지원연령 상·하한선을 설정하는 조치가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특정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데 연령이 필수적 요소로 인정돼야 하지만 이런 상관관계는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연령 외에도 학력·출신학교(94.7%), 사진을 포함한 외모나 신체조건(93.9%) 등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 기업의 입사지원서 양식에는 무려 10개의 차별적 항목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업은 지원자는 물론 가족의 나이와 직업, 이전 직장에서의 월평균 급여, 이직사유까지 요구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대부분의 입사지원서에 차별적 요소가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채용 공고를 대행해주는 업체의 공통 이력서 양식을 쓴다는 점을 들었다.
한 취업정보 사이트가 제공하는 이력서에는 성별, 나이, 신체조건, 학력 등 총 4개의 차별 요소가 있는데 이 양식을 사용하는 민간 기업이 조사 대상의 63.8%에 달했다.
연구팀은 해결 방안으로 이러한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공통 이력서 양식을 점검하고 개선해 차별 요소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채용 예정분야 직무수행능력과 관계없는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동시에 정부가 표준이력서 양식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연구팀은 "관행으로 굳어진 입사지원서 항목이나 이력서 양식이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 정착을 가로막았다"며 "능력 중심 인사관리 체계를 갖추는 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