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를 다녀오다

by 천진의 하루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 중턱에 있는 해인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있다. 합천에 세 번째 내려왔지만 한 번도 그곳에 가보지 못했다. 여행이 아닌 아들의 축구시합 때문에 내려왔기에 매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내와 의견이 맞지 않아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번 방문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서라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출발한 것이다. 시내에서 차량을 몰고 굽이치는 시골길을 따라 해인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는 한 여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정오였다. 주차장에서 해인사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 여름 가벼운 옷차림이지만 강렬한 햇볕의 뜨거움을 피할 곳은 울창하게 솟은 나무 그늘뿐이었다.


주체 없이 흐르는 이마의 땀을 연신 닦으며 힘겨운 발걸음을 밀어 올렸다. 동행해 준 아들 동료의 부모님이 없었다면 뒤돌아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별로 멀 것도 없는 거리를 우리는 잠시 쉬기를 반복하면서 올라가다 보니 옆길로 차량이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방문하는 시기는 해인사 문턱까지 주차장을 개방했던 것을 사전에 모르고 출발했기에 산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수고로움을 겪게 된 것이다. 조금만 준비를 했다면 이 더위에 뻘뻘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인사 입구에 도착했다.


휴대폰을 들어 입구에서 사진을 찍었고 조금 걷자 산 중턱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일주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양 옆으로 곧게 뻗은 나무의 밑 둥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두꺼비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이곳을 방문하는지 몰래 확인하는 듯, 동그랗고 큰 눈을 깜빡이며 지켜보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해 두꺼비가 달아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무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당황스럽고 신기하며 놀라운 일에 신이 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뚫어지듯 쳐다봤던 것은 두꺼비가 아니었다. 나무의 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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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는지 검색을 해보았지만 어디에도 이 두꺼비를 보았다는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주의 깊게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매일 산을 뒤지며 산삼을 찾는 심마니들도 산신령이 점지해 주셔야 산삼을 얻을 수 있다는데, 두꺼비 형상의 뿌리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어렵게 찾아온 것에 대한 보답 갔았다.


첫 입구부터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는 설렘은 팔만대장경을 보러 가는 내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해 주었다. 고려가 몽골의 침략을 불력으로 막아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16년에 걸쳐 완성한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의 가장 오래된 장경이라고 한다. 지금은 창살 사이로만 관람을 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예전에 들었던 잘못된 문화재 보수와 관리 소홀로 소실될 뻔했던 이유를 알기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건물은 밑에 구멍이 동일한 간격으로 뚫려 있었다고 한다. 그곳으로 쥐들이 들락거리며 일부 장경을 갉아먹기에 방재를 위해 시멘트로 그 구멍을 모두 막아버렸고 바람이 통하지 않아 목판이 일부 소실되었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얘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문화재 보호를 위해 우리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800년을 무사히 견뎌온 목판을 보면서 당시의 사람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혜가 지금의 우리들에 비해 너무도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만이 아니라 세계에는 인간이 만들지 않았을 것 같은 불가사의 한 건축물들이 많은데 그 지혜가 전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전해주기 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거나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중국의 진시황제가 자신의 무덤이 알려지는 것을 모르게 하려고 건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도 있고 자식이 없어 기술을 전수해 주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니 그 찬란한 기술이 후대에 전해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는 알 수 없는 고도의 기술들을 복원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1세기 최고의 창조물인 컴퓨터조차도 기술의 원천을 알아내지 못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해 기술을 전수해 주었는데도 인간의 무지몽매함으로 위대한 기술들이 사장되어 알지 못한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나는 이 번 여행으로 내 관념이 만들어 주는 것과 지금은 사라져 다시 만들 수 없는 문화재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밝힐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미래의 누군가는 그 안에 감추어진 보물 같은 기술을 밝혀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지금 가진 것들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만이 후손들에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방문이 2019년이었는데 그 두꺼비는 아직도 입구를 잘 지키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시 시간을 내어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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