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기독교인의 흔한 오해 5

by 야생올리브

*잘못했다고 고백하면 회개한 걸까?


매주마다 지은 죄를 고백한다. 하나님 뜻대로 살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는 것이다. 개인기도를 할 때도, 통성으로 기도할 때도, 대표기도에도 회개는 늘 포함되어 있다.


하나님 앞에 항상 자신을 점검하는 건 좋은 태도이지만, 너무 의례화되면 문제가 된다. 가끔은 회개가 매일 아침 정화수를 떠다 놓고 천지신명에게 비는 행위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다. 밖에서 때가 탄 손을 씻고서는 다시 놀러 가는 느낌이랄까?


성경에 등장하는 회개는 이와 다르다. 어느 사이비 종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회성에 그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회심의 무게가 간단한 형식 절차로 환원될 수 없다. 제대로 회개한다면 뉘우칠 뿐만 아니라 고쳐야 한다.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중독을 끊어내고, 일상이 새로워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나 삶의 변화 또한 여전히 회개의 코어는 아니다. 사실 기독교적 회개는 수양과 고행을 기초로 하는 일반 종교와 전혀 다른 컨셉을 상정한다. 회개는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도저히 죄를 끊어낼 수 없는, 타락한 심령으로 점철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어떻게 보면 무능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올바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고, 나의 모든 인생의 방향과 욕망의 결론이 죄와 죽음뿐이라고, 그렇게 허무한 선언을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기독교를 허무주의로 이해하는 철학자들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회개의 고백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도와달라고, 나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 의가 서게 해달라고 애타게 소리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기새가 먹이를 갈구하듯이,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이 하나님께 새로운 마음과 삶을 요청한다.


삶은 그런 겸손함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상한 마음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절박함으로 바뀌고,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소망으로 나타난다.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회개를 통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독교인은 근검절약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