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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Feb 22. 2023

종로 귀금속 상가에서 보석 반지 구입하기_2탄

뜬금없는 비취반지에 빠져 구매까지 속전속결 진행기

친구 따라 간 종로 귀금속 상가에서 처음 재미 삼아 착용해 본 것은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한번 껴보니 정말 진심으로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 반짝임은 내가 지금까지 착용한 그 어떤 주얼리와 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반짝임을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구현한 물건이 존재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그 영롱한 게 손가락에서 반짝이는데 '이게 얼마라고요?'가 절로 나오더라.


천연 다이아몬드 1캐럿은 대략 800만 원, 랩다이아몬드라 해도 100~200만 원, 게다가 물리적으로 무조건 실생활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디자인. '다이아는 저축을 해도 사기 좀 어렵겠다..' 싶어 시무룩하던 차에,


아무 생각 없이 껴본 비취반지에 맘을 뺏겼다.


오래된 물건, 할머니 옷이나 장신구 스타일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 비취반지라는 그 올드함에 끌렸다. 무엇보다 제일 좋아하는 컬러가 초록인데 비취의 초록색은 말할 수 없는 오묘함이 있었다. 초록 플라스틱 같은 것부터 마블 알사탕 같은 것까지 색과 무늬도 제각각이다. 보여주신 반지는 심플한 18k에 엄지만 한 비취를 올린 디자인이었는데 약간 복고풍이면서도 쉽게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마음이 갔다. 할머니 알반지 같은 그 비취반지를 친구들 모두 돌려 껴보며 재미있어하다가 내려놓고 집에 왔다.


뜬금없이도 밤까지 그 비취반지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고, 나는 정말 잘 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그다음 주에 친구와 함께 비취반지를 구입하러 출동했다.


예산 : 80만 원 (처음 껴봤던 비취반지 가격)

목표 : 색깔이 맘에 드는 중국 비취 찾기


[인터넷과 발품팔이로 알게 된 비취에 대한 작은 정보들]

*비취 중 최상급은 중국비취(당비취). 비슷한 컬러로 동남아 비취가 좀 더 저렴하며, 터키석 색깔에 가까운 호주비취도 저렴한 쪽에 속한다.

*인조적인 주입이 들어가지 않은 천연 비취가 최상급 A등급. 그 아래로 B, C등급이 있다. 싹 표백해서 새로 컬러를 넣는 게 C급이라고 하니 이건 사지 말아야 할 것. 문제는 문의를 해도 판매자가 정확히 등급을 말해주진 않는다. 최상급이다, 또는 그리 좋지 않은 등급이다 정도로 알려준다.

*비취는 무게보다도 크기가 클수록 더 가격을 높게 친다.

*옛날에 비해 비취 인기가 떨어져서 가격도 많이 떨어졌다. 등급이 높지 않은 비취반지(feat. 18k)는 70~80만 원에 구매 가능. 등급이 높은 당비취는 100~200까지도 호가.



일단 비취반지는 요즘 취급하는 곳이 많지 않다. '비취반지 있나요?' 물으면 에잉 그건 요즘 많이 안 하는데? 하고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석 중에서는 호박, 오팔이 요즘 인기인 것 같고 토파즈, 자수정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보석인 것 같더라. 비취를 왜 찾냐, 할머니 선물할 거냐? 는 질문을 여러 번 들었다.


점점 요령이 생긴 게, 보석을 다양하게 구비한 곳은 그래도 비취를 구해줄 의향이 있었다. 보다 보니 호주산과 중국산은 색으로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제작 가능하다며 비취 원석을 골라보라고 주르륵 쏟아놓는 곳도 많았다.


문제는 그렇게 보여주는 비취들의 색과 무늬가 천차만별이었는데, 가격은 차치하고 그 비취 자체가 맘에 드는 게 잘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전형적인 비취의 맑은 초록색에 잘 보이지 않는 은은한 무늬가 있는 것이었는데, 모두 그보다 탁하거나 너무 옅었다. 내가 컬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이게 엄청 좋은 비취라며 어필을 시작했다. 그렇게 어필하는 비취들의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저렴한 비취가 엄청 별로이지도, 비싼 비취가 엄청 맘에 들지도 않았다. 즉 어느 정도 등급의 차이는 있었지만 가격보다는 취향 때문에 더 고르기가 어려웠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원석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왼쪽은 최상급이라고 한 중국비취 | 오른쪽은 비교적 저렴했던 동남아 비취. 보다시피 육안 구분이 쉽진 않다




3시간 가까이 상가를 돌다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제일 처음 나에게 비취반지를 시착해보라고 권했던 매장이었다. 시세를 둘러본 뒤 똑순이가 되어 구입하고 싶었는데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볼수록 모르겠고, 맘에 드는 건 영 없고, 몸은 피곤할 뿐. 그런데 거기에서 처음 껴봤던 반지 옆에 있던 맘에 쏙 드는 다른 비취를 발견헀다. 금액은 예산보다 50% 정도 초과되는 가격이었지만, 이렇게 맘에 드는 걸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몇 시간 동안 체감한 뒤라 별로 망설임이 안 들었다. 통장 잔고를 한 번 더 본 뒤, 좋은 비취라는 걸 한 번 더 확답받은 뒤에, 구매를 결정해 버렸다.


위 사진처럼 비취를 육안으로 비교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내가 고른 좋은 비취를 빼돌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선택한 비취원석을 가져가도 된다고 먼저 제안해 주셨다. 반지 제작이 다 끝나면 원석을 직접 들고 와 그 자리에서 세팅해 주겠다고 했다. 비용은 계약금으로 20%를 먼저 내는 게 통상적이지만 나는 원석을 먼저 가져가니 80%의 금액을 먼저 지불했다. 고른 비취를 지퍼백에 담아 사이즈 등을 기재한 견적서와 봉해서 전달받았고, 고이 집에 모셔두었다. 견적서에는 사이즈, 금 함량(14K, 18K 등), 컬러(옐로, 로즈핑크 등), 내가 요청한 디자인 세부사항과 계약금, 잔금 등이 기재되어 있다. 1탄에서 밝힌 대로 금액은 계좌이체가 아닌 현금 지불이 기본. 표기된 금 함량보다 완성된 반지의 함량이 적거나 많으면 최종 금액은 조금씩 변경될 수 있다.



확실히 이런 보석 반지는 금액이 높고 섣불리 사기 어려운 가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월급쟁이 10년째에, 앞으로 결혼할 일은 없을 텐데 다른 사치품도 아닌 반지 하나는 맘에 쏙 드는 걸로 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까지 몸에 착용하는 물건으로서는 제일 큰 금액의 소비였고, 1~2주 후에 제작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기분 좋게 기대 중이다.



완성된 내 비취반지. 끼고 나올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최고 애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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