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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Mar 15. 2023

알콜중독자의 변

버티기 위해 술이 필요한 당신, 나와 같아요

무작정 사무실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 또는 정말 담백하게 그냥 딱 죽고 싶을 때, 나를 위로해 준 것은 대부분 술이었다. 365일 중 360일을 최소한 맥주 한 캔 씩은 마시며 일상을 버텼다. 사람이 우울할 때 가장 멀리할 것이 술이라지만 나는 술이 없었다면 아마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회사원으로,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자아가 이미 술에 중독된 진정한 알코올 중독자가 아닐까.


언제나 퇴근 후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을 궁금해했는데 그들은 다른 방도가 있더라. 운동을 하든지 무작정 뛰든지 뭔가 몰두할 다른 것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하다못해 텔레비전을 하염없이 본다든지. 나는 그걸 다 해봤어도 술밖에 없었고, 물론 술이 술을 불렀지만 술은 나를 살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버텼던 건, 내가 여전히 직장인으로 돈을 벌며 살아있는 건 8할이 술 덕분이다. 진심으로.


술은 물론 사람을 우울하게도 만들고 더욱 감정적으로도 만들지만 오늘 하루가 어쨌건 끝났다는 증표가 되어준다.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제정신을 꼭 유지해야 하는 업무나 관계에서 해방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 기준을 누군가는 운동이라는 건강한 것으로도 세울 수 있지만 나는 그게 건강치 못한, 그리고 조금은 자기 파괴적인 것이어야만 하는 사람인 거지.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모두가 아침에 사과를 먹고 비타민을 정확하게 챙겨 먹을 순 없는 것처럼.


그러니 퇴근 후에 맥주 한 캔을 먹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모든 이들이여, 어쩌면 우린 괜찮다. 대신 매년 건강검진을 받으며 꼭 간 수치를 체크하자. 아직까진 괜찮다 자위할 수 있다면 내년에도 꼭 건강검진은 받자. 술 마시며 라면과 콜라는 조금 멀리하자. 술과 담배를 둘 다 한다면 하나쯤은 포기하자. 근데 살아있기 위해 술, 담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그럼 살아있기를 선택하자.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면 하나는 버리자. 어쨌건, 살아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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