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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은 Mar 15. 2022

강박에서 벗어나야겠다.

나를 편안하게 해 주기

 어쩌면,  시대의 사람들에게 강박이란 것은 흔하고도, 익숙한 것일지 모른다. 지금껏 살면서 무언갈 하지 않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배우고, 깨닫고 성장해가는 과정들. 당연하게 지냈던 시간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어렵다.


 결혼을 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하며, 나름대로 게으르지 않기 위해 하루 스케줄을  놓았다. 늦잠을 자지 않았고 아침을 건강하게 먹으며 시작하고, 오전 시간, 점심시간, 오후 시간 퇴근시간까지 정해서 나름 바쁘게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삶은  매력적이다(소득에 목매지 않았을 때의 얘기가 아닐까.. 싶지만). 내가 일하고 싶을  일하고, 쉬고 싶을  마음껏   있다. 햇살을 맞으며 먹는 아침은 너무나 행복하고, 오후에 내려먹는 드립 커피와  향기는 하루를 근사하게 만들어준다.

 한창 일이 몰아치다가, 요즘 들어 조금 잔잔해졌다. 마감해야 하는 그림들이 있지만 기한이 매주 정해져 있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일이 줄어도 내 하루는 똑같다. 언제나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듯했다.


 어젯밤 잠들기 , 남편이 "커피도 재미없고, 사진 찍는 것도 재미없고, 여행도 재미없고, ~! 의욕 없음!" 하고 말한다. 평소 회사일 외에는 모든 것을 재밌어하던 남편이라 내심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다독일 , 위로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그래도 오빠는   있는  많잖아~ ". 이렇게 얘기하니 프리랜서의 삶은 어떤지 물어본다. ".. 자고 싶을  자고, 산책하고 싶을  산책하고, 일하고 싶을  일하고 너무 좋지~!!" 그러자 부럽다며 한숨을  쉰다. 나는 "그래도, 항상 그런  있어. 무언갈 해야 한다는 강박!"하고 말했다. 그냥 어쩌다 나온 말이었는데, 그런 내가 짠했는지 남편이 말한다. "그럼 내가 내일 휴가를 줄게. 내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 . 늦잠도 자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지 말고, 게으른 시간을 보내는 거야~!"  말을 듣는데 눈물이  돌았다.


 어쩌면 이름만 프리랜서지 나에게는  엄격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평안한 시간들에서 진짜 나는 평안하지 못했나 보다. 일찍 일어나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남편 출근시간에 저절로 몸이 일으켜졌다. 출근하는 남편과 인사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제대로 늦잠을 자볼 테다! 제대로 휴가다!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아침 먹을 시간을 훌쩍 넘겼다. 키우는 식물들을 요리조리 놓아보기도 하고, 어제 새로 집에  식물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혼자 산책도 했다(동네  바퀴). 느긋한 일상을 제대로 느낀 하루였다.

 정해진 뚜렷한 목표가 있든 없든, 언제나 무언가를 향해 달리기만 한다. 때로는 멈춰서 하늘도 올려다보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온몸으로 느끼며,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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