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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llie Chin Nov 09. 2020

따라쟁이와 멋쟁이

기업문화 벤치마킹, 그 소심함의 결과

이삼십년 전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회사들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펀 경영 사례를 유행처럼 벤치마킹했다. 직원을 소중히 여기고, 업무가 고된 일이 아닌 재미가 되어야 한다며 너도나도 펀(Fun) 경영을 따라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펀 경영을 논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재미있는 회사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이는 허브 캘러허라는 유머가 넘치는 창업자가 재미있게 경영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그에 더해서 스피디한 실행과 저비용 효율화 등 파격적인 의사결정과 업무능력이 뒷받힘 되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여행 비용으로 친절한 서비스의 비행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상품력에 성공의 비결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들이 처해있는 환경과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재미만을 카피하려 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자신들의 기업 특성과 매칭이 되지 않아 효과가 미미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당시에 GWP(Great Work Place)가 한창 유행했었다. 너도나도 이런저런 재미있는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높은 GWP 지수로 높은 평가를 받길 원했다. 단체 호프데이나 등산을 갔다. 직원들은 윗사람을 따라 산에 올라갔고 술을 마셨다. 직원들의 만족도는 더 떨어졌다. 반면에 GWP 평가 점수가 높았던 회사에서도 해당 직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연 조직문화가 좋아진 걸까?', '재미가 성과와 업무에 과연 매칭이 되었을까?' 의문이었다. 따라 하기 식의 활동들로 조직문화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2018년도에 대한민국 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조직문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기업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기업문화 개선 효과에 대해 묻자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이 59.8%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는 답이 28.0%로 전체의  87.8%가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조직건강 해치는 3대 주범으로는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비합리적 성과평가’·‘리더십 역량 부족’으로 답변하면서 '청바지 입은 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피상적 벤치마킹과 맞지 않는 활동들의 중장기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에서는 벤치마킹 중이다. 벤치마킹은 일류 회사의 모범사례를 분석하거나, 경쟁 회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많이  활용된다. 분명히 참고할만한 정보로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이것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살짝 바꿔서 실행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렇듯 벤치마킹은 주요 포인트에만 집중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성공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몇가지 포인트를 따라 한다고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그것이 우리 회사와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벤치마킹 이전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기업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아주 먼 옛날 그리스의 소크라테스형이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찌질이 상사는 여전히 말하고 있다.


"경쟁사는 어떻게 한대?"

"본사는 머래?"

"MS 식당 가봤어?"


자존심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천하의 찌질한 따라쟁이들.


남을 극도로 의식하고, 자신에 대한 불확신이 극도에 달한다. 정작 우리 회사는 어떠한 회사인지 절대 얘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일 가망성이 높다. 아무 존재감 없는 군계일학의 군일 뿐이다.

제발 이러한 사람들에게 리더를 맡기지 말자.평생 남의 것만 기웃거리다가 후회하며 생을 마감할 사람들이다. 자기들은 개인인적으로 그렇게 살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조직, 회사에서는 안된다. 조직은 다른 여러 사람들의 삶이 같이 걸려있다.

회사도 자체적으로 회사의 개성을 인식하게 되면 멋쟁이 회사가 될 수 있다. 패션 리더인 디자이너들은 시판 기성상품을 잘 입지 않는다. 그것은 고객을 위해 만든 상품이고, 자신들의 개성은 따로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들은 그것을 또 따라 한다. 유행의 끝자락에서 허우적대며 따라갈 뿐, 패션 리더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것이 기성복의 문제점이다. 멋을 아는 사람은 맞춤복을 선호한다.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몸에 딱 맞는 옷을 좋아한다. 일단 몸의 치수를 재고, 몸무게의 변화와 하고 있는 일, 평상시 생활 패턴 등 많은 것을 고려한다. 여러 가지 제안들을 받고 좋아하는 디자인과 원단을 고른다. 그런 다음 차분히 전문가의 손에 맡기거나 자신이 직접 재단과 재봉을 한다.


우리의 소중한 회사도 맞춤복이 필요하다. 현재의 조직구조와 프로세스, 실적, 경쟁환경, 조직분위기 등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 회사 자체 특성을 분석해야 한다. 장단점을 도출하고 장점을 더 키울 건지, 단점을 보완할 건지, 이것저것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맞춤이다. 맞춤을 논하기 전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게 문제다. 모방은 잘해야 본전이다. 본전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잘 안맞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개성이 중요한 시대다. 세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꿋꿋이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창조성이 더욱 표출되어야 한다. 더 이상 평범과 일반은 에너지를 갖지 못한다. 경쟁사나 우수사례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자신의 회사와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벤치마킹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자신들의 상황과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타사례를 참고하자는 것이다.


무모한 따라쟁이가 되지 말고, 개성 넘치는 멋쟁이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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