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결혼이다.
채용은 남녀가 만나 결혼하는 것과 많이 닮아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의지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같이, 회사와 직원은 혼인서약 대신 근로계약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일궈 나아간다. 직원이 만든 성과를 통해 회사는 발전하고, 직원 또한 회사가 준 일과 월급으로 생활하며 함께 행복과 꿈을 이루어 나간다.
결혼도 성격 좋고 능력 있는 매력적인 배우자를 찾듯이, 회사와 구직자도 서로 매력적인 상대를 원한다. 그래서 회사는 어떻게든 우수한 사람을 찾기 위해 홍보와 설명회를 하고, 서치펌을 쓰기도 한다. 구직자들 또한 괜찮은 회사가 없는지 온오프라인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결혼하기 힘든 것처럼 구직과 채용도 서로 맞는 상대를 구하기가 참 어렵다. 구직자들은 취업문이 좁다고 생각하고, 회사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취업은 바늘구멍이고, 채용은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다.
서로를 그렇게도 원하면서 이런 아이러니는 왜 생기는 것일까?
결혼과 마찬가지로 채용과 취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속임수’다. 결혼이 실패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서로를 속이는 것이다. 기대가 큰 만큼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을 꾸민다. 돈이 많은 줄 알았는데 까보니 별로더라. 술을 마시니 주사가 있더라. 알고 보니 성격이 지랄맞다. 화장을 지우니 완전 딴 사람이다.
사기를 치듯 회사도 열정이니, 도전이니, 창의니 하며 관념적인 단어로 치장을 한다. 그것에 호응하듯 구직자들은 자신이 열정도 있고,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들도 잘 알지 못하는 관념적인 자신을 만들어낸다.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회사는 열정, 도전, 창의 보다 성과, 관리, 밤샘을 더 좋아한다. 구직자들도 연봉, 자율, 여유를 더 좋아한다. 회사는 이익이 많이 남기려면 연봉을 깎아야 한다. 빡세게 일을 시키려면 자율을 통제하고 여유를 줄여야 한다. 구직자에겐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연봉과 자유, 워라밸이 중요하다. 이렇듯 사기 결혼의 문제는 채용·취업의 문제점과 일맥 상통한다.
‘잘못 뽑았어’ or ‘잘못 들어왔어.’는 ‘잘못 결혼 했어.’ 와 같다. 퇴직은 이혼이다. 이혼과 맞먹는 수준의 충격적 행위이다. 결혼할 때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입사할 때도 퇴직할 것을 고려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와 구직자 모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신중해야 한다. 매번 결혼한다는 심정으로 채용을 하고 구직을 해야 한다. 여러 번 결혼을 할 수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러면 회사와 구직자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결혼에서 해결책을 을 얻을 순 없을까? 방법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만일 상대를 속였다면 상대와 헤어질 때까지, 끝까지 속여야 한다. 자신들의 한 말에 철저하게 책임을 지고 헤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상대를 속여야 한다. 열정적이었다고 말했으면 끝까지 열정적인 척 해야한다. 열정적인 사람을 원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열정적인 사람에게 후한 처우와 보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길이며 또한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존 없이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두번째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속이지 말자. 우리 회사는 성과를 원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편이며, 밤샘하는 직원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구직자들도 높은 연봉이 중요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며, 워라밸은 필수라고 얘기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 놓는데도 입사하고자 하는 구직자가 있거나 채용하려고 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상대는 분명히 천생연분일 가망성이 매우 높다. 무조건 그 사람과 그 회사는 결혼(채용·취직)해야 한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혼합하는 방법도 있다. 사실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살짝살짝 꾸미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맞추어 산다면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한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좋은 직원들로 가득 찰것이고, 구직자는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는 회사의 품 안에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