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조직도 사람처럼 신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직 구조는 신체에 해당되며, 조직원들은 신체를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와 같다. 전략과 계획, 인사철학 등은 조직의 정신에 해당한다. 정신은 신체를 움직여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조직의 신체, 정신 그리고 행동 등 조직의 특성 전체를 가리켜 ‘조직문화’라 부른다.
현대그룹 사람은 화끈하고, 삼성 사람은 깐깐하며, 공무원은 보수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것은 그 조직에서 오랫동안 강조되어온 그들만의 코드이며,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이 잘 변하지 않듯이 조직문화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회사의 경영진은 좀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공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기도 힘든데, 복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특히 오래된 회사일수록 더 어렵다. 어린아이보다 노인의 성격을 바꾸는 게 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든 조직이든 바꾸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인간의 정신은 다시 의식과 무의식으로 세분화된다. 의식은 자신이 인지할 수 있거나 '의도'한 생각을 의미하고, 무의식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습관이나 떠오르는마음을 말한다. 조직의 정신도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뉜다. 조직의 의식 활동은 전략, 계획, 캠페인, 제도와 같은 의도된 것들이다. 조직의 무의식은DNA(조직행동특성), 소명의식(로열티) 등 저절로 형성되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듯, 기업들도 수시든 정기적으로든 전략과 계획을 짠다. 그러나 생각처럼 좋은 결과를 얻거나 완벽하게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하고, 환경도 받쳐줘야 한다. 그러나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무의식 부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조직의 무의식(DNA, 소명의식)이 과연 조직의 의식(전략, 계획) 내용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조직의 무의식이 실행력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의 성과는 의식과 무의식의 합작품인 정신에 의한 행동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즉 좋은 구조, 전략, 실행의 총체인 조직문화가 받쳐줘야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조직문화를 좋게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진 않다. 많은 회사들은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고, 핵심가치 등을 만든다. 그러나 조직문화는 그 조직의 신체(구조/기능), 의식(전략/제도/프로세스) 그리고 무의식(DNA/소명) 등 다양한 요소의 의해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 때문에 몇 가지(비전, 미션, 핵심가치)를 만든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오랜 숙성 시간을 갖고 아주 천천히 반응하여 만들어진다. 이것은 인간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은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교육받고 경험하고 자라온 과정에 따라 형성되는 인격과 인품과도 닮아있다. 조직문화도 조직의 의식적 활동과 무의식적 경험 그리고 많은 성공, 실패 사례들을 거치면서 천천히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독특한 컬러와 무늬가 조직 내부에 새겨진다. 조직의 임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된 코드(무의식 영역)대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되어 조직문화는 더욱 탄탄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무늬가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오랫동안 해야 한다. 목표(비전)와 (핵심) 가치 같은 것들도 정해보고, 좋은 세포(직원)도 배양하고, 경쟁력 있는 신체(조직구조)도 만들고, 전략, 제도, 프로세스 등 전방위적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많은 성공 사례들을 만들고, 실패 사례도 꼭 시사점을 도출해서 복기해야 한다.
단,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러나 아직도 많은 회사들은 자신의 탐구보다 벤치마킹을 선호한다. 따라 하기에 빠진 자존감 낮은 사람과 같다. (따라쟁이와 멋쟁이 https://brunch.co.kr/@williamwonjaech/25) 이런 조직은 자신의 특성과 상황에 맞지 않는 조직문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1회성 혹은 비효율 활동들이 되고 만다. 심할 경우 역효과까지 나오게 된다. 실행 계획을 세우기 전에 반드시 우리가 누구인지 ‘정체성’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현재의 행동 특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조직문화 활동들을 정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조직 또한 개성이 다 다르다. 개성을 좀 더 보여주고 강화할 수 있는 콘셉트로 정한다면 더욱 강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다. 제발 남이 입던 옷을 입지 말고 소중한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맞춤옷을 입도록 하자. 모든 회사의 목적은 직원들이 일을 잘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고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을 잘하게 만든다.’라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조직문화 자체가 좋은 회사다. 리더와 담당자는 좋은 무늬가 새겨진 나무를 키우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