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58일차
실은 더 뛰었을텐데. 오르막길에서 꺼두고 걷고, 쉬면서 걷고 해서 기록이 7.57km이다. 아빠 인생에서 이만큼 많이 뛰어본 적이 없을 거야. 누구는 우습게 뛰겠지만 뛴 기록만 해서 52분이나 됐어. 너무 뿌듯했어. 노을공원 코스도 너무 좋았고. 노을공원 아주 오래 전에 페스티벌 때 한번 가본 기억이 있는데 정말 좋더라. 이 좋은 계절에 혼자 뛰니까 엄마랑 딸에게 조금은 미안하더라. 언제 같이 올까.
노을공원을 올라갔다가 다운힐을 쭉 주파하는데 러너스 하이가 이런 건가 싶더라. 힘이 하나도 안들고 초록의 풍경과 봄 내음, 도심 속 공기, 멀찍이 보이는 한강까지. 완벽한 러닝 코스였어. 나중에 딸이랑 같이 뛰려면 아빠는 더 자주 뛰고 건강해져야겠다. 정말 감탄만 나오더라니까.
공원 위에 골프 코스가 있는데 거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미니 게임을 하고 있더라. 그 아침부터 부지런히들 누리는데 우리는 세금을 내고 일터에 가느라 못누리고 사는 것이 많은 것 같아. 더 많은 것을 하고 속속이 숨겨진 보물같은 공간을 알아서 우리 딸에게 소개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