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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꺼기에 대한 고마움

아빠 68일차

by 오니아부지



우리 딸이 무사히 크는 것은 똥을 잘 싸서다. 나중에 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되면 “아빠 왜 똥 얘기를 썼어?”라고 쑥스러워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딸이 똥을 잘 산다는 것은 그만큼 안 좋은 것을 잘 내 보낸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좋은 것은 몸으로 잘 흡수하는 거고 흡수한 것을 성장에 토대로 활용하고 있는 거란다. 그렇게 인풋이 중요하고 그 인풋을 아웃풋으로 잘 만들고 있는 거야.


딸이 며칠씩 배변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면 걱정이 앞서지. 소화가 안되나, 밥을 잘 못먹네 하고 말이야. 장기적으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배변은 정말 중요한 일이란다. 앞으로 다른 모든 일들이 그렇지만 무언가를 넣는다는 건 곧 찌꺼기가 나온다는 것도 의미하지. 세상만사가 그래. 차는 기름을 넣으면 동력을 활용하고 남은 것을 가스로 내보내고, 냉방을 해서 실내온도를 떨어뜨리면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빼고. 모든 게 에너지의 순환이다.


남는 것과 버려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날이다. 똥이 고마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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