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69일차
우리 딸은 어디 관심이 있을까. 지금도 좋아하는 그림, 모빌이 다른데 나중에는 어떤 취향을 갖게 될까 궁금하다,
아빠는 정말 모든 것이 되고 싶었어. 어떤 분야를 깊숙이 탐구하기 보다는 정말 다양한 것들을 다 알고 싶었지. 세상만사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했고 락페스티벌을 기획하는 것, 건물을 무너지지 않게 쌓아올리는 것, 공간이 매력적이게 느껴지는 것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부하고 싶은 게 많았지.
물론 그 많던 호기심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것, 영화를 탐닉하는 것, 멋진 옷을 고르는 것들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공부보다는 즉흥적 감상에 젖는 일이 많았다. 그 시간들이 나쁘지만은 않았지. 관심사를 공유하고 나누는 일도 재미있지. 그 재미를 남겨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있어. 너무 많은 재미들이 휘발되고 말았던 것 같아. 아쉬운 건 그 뿐이야.
관심과 흥미를 새롭게 찾아가는 일이 다수 사라지고 고정돼 이제는 새로운 걸 알아가는 일이 피곤해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나이에 맞게 살려면 이제 에너지를 아낄 줄도 알아야할 것 같다고 세상이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딸이 재밌어하는 거, 아빠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건 언제든 알려줘. 같이 재밌게 탐험해보면 아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