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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니아부지 Jul 17. 2023

신도시 번화가 ‘마트’

아빠 75일차

첫 카페 나들이, 마트 밖에서 첫 구경



신도시에 마트가 생겼다. 마트에서 하는 행사라봐야 온라인의 그것에 한참 못미칠텐데 사람들이 북적였단다. 동네 이벤트랄까. 온동네 사람들이 모였지.


아빠가 어릴 때 막 도시계획이 돼 새롭게 주택이 정비되고 놀이터도 생겼던 때가 떠오르네. 그전까진 흙밭에서 친구들이랑 야구도 하고 모래성도 쌓으면서 지냈는데 이후로 비로소 ‘도시’가 됐던 거 같다. 초등학교 1학년 즈음에는 개발하느라 파놓은 웅덩이에서 비오는 날에 개구리 잡던 기억도 나. 진짜 옛날 사람이지?


우리 딸도 신도시가 처음 집이라 이런 경험들을 하게 되려나. 딸이 주변인들과 소통을 할 때 쯤엔 이미 인프라가 다 들어선 뒤일 것 같다. 물론 아빠 어릴 때 도시 개발이랑은 무척이나 다를 테지만.


도시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은 서로 이웃이 되고 친구를 만들고 추억을 쌓는 일을 도왔는데 그런 낭만은 이제 보기 힘든 일이 됐어. 각박해진 것 이상으로 너무나 어른이 돼버린 걸까. 부동산이라는 땅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본 논리가, 지하철이 지나가느냐 아니냐에 관한 정치 영역도 결부되지.


다만 우리 딸은 천천히 알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벌써 이만큼 커서 웅얼웅얼, 몸 속을 파고들며 잘 자리를 찾아가는 딸의 이 모습도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거든. 엄마 아빠는 하나도 안 힘들어. 우리 딸이 밤에 잠도 9시간이나 자주는 덕분에 조금 졸리긴 해도 견딜만하다. 낮에도 건강히 잘 먹고 잘 울고 잘 싸줘서 행복해.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워. 내일도 더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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