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39화

[월] 새끼손가락에 낀 반지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액세서리 좋아하시나요? 아프기 전에는 반지도, 귀걸이도, 팔찌도 즐겨 착용했습니다. 시간 보낸다며 팬시점에 들를 때면 특이한 반지나 귀걸이를 하나쯤 꼭 집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보석함은 금세 가득 찼지요. 금속 알레르기가 있어 귀걸이는 늘 조심해야 했지만, 가끔은 기분을 위해 귀가 희생해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암 수술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몸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외출할 때면 오래도록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세월호 노란 팔찌를 차고 다녔는데, 호르몬 변화로 손목에 물집이 생기면서 그것도 불가능해졌지요. 가끔 시계를 찬 날에는 손목이 도돌도돌 빨갛게 무언가 솟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를 멀리하게 되었지요.


어느 날 무심코 책장 위에 놓인 보석함을 보았습니다. 은은 착용하지 않으면 색이 변하잖아요. 색이 변하니 어쩐지 모양이 변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반지들이 참 쓸쓸해 보였습니다. 뭔가 계기가 필요했지요. 그러다 우연히 그림 하나를 보았습니다. 왼손과 오른손, 손가락마다 착용하는 반지의 의미가 적힌 그림이었지요.


이거다 싶은 의미를 발견했지요. 그래서 당장 보석함을 열고, 왼쪽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맞춘, 아주 오래된 반지였습니다. 그 친구들은 아직도 이 반지를 갖고 있긴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반지를 끼고 났더니 자꾸 손을 보게 되더라고요. 뭔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저를 다독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하나가 이렇게 애틋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만약 출근 전이라면, 저처럼 평소와 다르게 무언가 하나 무심히 툭 걸쳐보세요. 의미가 통하는 물건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작은 변화 하나로 기분 전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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