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142화

[목] 약 무더기, 삶의 마지막 흔적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습니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걸음을 맞추며, 학창 시절 읍내에서 학교까지 걸어오던 기억을 매번 불러오는 다리 밑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향했지요. 여담인데요. 그때 읍내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다 놀라 주저앉았던 적이 있습니다. 폭도 좁고 그리 높지 않은 다리였는데, 그 위로 기차가 지나다녔거든요. 머리 위로 무언가 세차게 스쳐 지나가면, 저는 아직도 그때 그 순간으로 이동하곤 합니다.


어쩐 일인지 약사님의 책상 위에 약들이 무더기처럼 쌓여있었습니다. 어떤 건 비닐에, 어떤 건 종이 약포지에 싸인 조제약들이었어요. 종류도 제법 다양해 보였습니다. 주변을 오갈 때마다 어쩐지 그 약들이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휘몰아치듯 사람들이 약을 타가고 약국이 고요해지자, 약사님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약 무더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국에 자주 들르시던 한 어머님이 두고 가신 약들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췌장암을 앓고 계셨는데, 얼마 전 돌아가셨다고요. 그래서 드시던 약들을 약국에 가져다 놓고 가셨다고요. 폐의약품 분리수거 방법이 바뀌어 이제는 약국이 아니라 동사무소의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몇 차례 돌려보낸 적이 있지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그냥 받으셨던 모양이에요.



하나하나 정성스레 담았을 약포지에서 약을 일일이 꺼냈습니다. 분리 작업을 한참 해야 할 만큼, 약은 많았습니다.

“이걸 어머님이 직접 다 하신다고 상상해 봐요.”


몸이 아프면 성격이 변합니다. 통증은 사람을 거칠게 만들고, 난폭해지는 순간도 잦아지지요. 곁에 있는 사람이 참 고생일 겁니다. 아픈 사람 옆에 울 수 없으니, 전혀 상관없는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곤 했을 겁니다.

떠나간 사람의 흔적이 무더기 약이 될 수도 있겠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떠난 뒤 남게 될 흔적은 뭐가 될지 궁금했습니다.


오늘은 이유 없이 한 번 더, 마주치는 누군가에게 웃어주어야겠습니다.

그래야 그것이 설령 마지막이라 해도, 후회는 남지 않을 테니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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