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목] _ 박작박작한 오프닝 & 클로징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화면 해설을 하면서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하는 단어는 ‘보인다’입니다.
예를 들면,
맞은편에 걸어오는 남자가 보인다. (X)
맞은편에서 남자가 걸어온다. (O)
‘보인다’라는 말을 무심코 아주아주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으로 자각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얼마 전 청각장애인용 자막이 들어간 드라마를 보다가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면, 자막에
울음소리 (X)
흐느끼는 울음 (O)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우리가 ‘소리’라는 말을 굳이 붙여가며 쓰는 표현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지요. 어떤 특정 소리를 표현할 때 거의 다 뒤에 ‘□□소리’ 이렇게 붙더라고요.
이 두 가지 표현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일 거예요. 그리고 이런 노력이 제 말과 글을 더 풍성하게 하더라고요.
‘빗소리’라고 뭉뚱그려 말하던 것을 ‘지붕을 두드리는 후드득거림’이나 ‘지면을 적시는 나직한 냄새’로 바꾸어 보는 거지요. ‘슬퍼 보인다’라는 관찰자의 추측 대신, ‘잔뜩 웅크린 어깨’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시선’을 담아보기도 하고요.
단어 하나를 지웠을 뿐인데, 그 빈자리에는 전보다 훨씬 선명한 풍경이 차오르지요? 관찰자인 ‘나’의 시선을 거두고 대상의 ‘존재’ 자체에 집중할 때, 문장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타인에게 가닿는 진심이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이 세상을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인 이 세심한 언어들이, 실은 우리 모두의 무뎌진 감각을 깨우는 가장 다정한 도구였던 셈이지요.
오늘 여러분의 아침에는 어떤 단어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나요? 익숙한 단어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세상을 발견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