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작박작한 오프닝&클로징-4화

[목] 재발만 막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by 박선향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건강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니 어설픈 전문가가 되었다고 할까요? 그런 저에게 최근, 숨 쉬는 걸 잊을 만큼 너무 놀랐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지요. 미리 고백하면, 오늘 오프닝은 좀 길어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담아 썼습니다.


2016년, 언니가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언니에게는 착한 암이 아니었습니다. 암이 목 전체로 퍼질 대로 퍼져서 한쪽 성대를 마비시켜 버린 상태였으니까요. 수술을 마치고 나온 집도의 교수님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환자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했냐는, 정말이지 화가 많이 난 얼굴이었습니다. 언니는 병원 가는 걸 몹시 싫어했거든요.


한쪽 성대가 마비된 바람에 언니는 목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어떨 땐 쉰 목소리로, 어떨 땐 목감기에 걸려 벅벅 긁는 소리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수술 뒤에 성대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습니다. 왼쪽 귀밑에서 시작된 수술 자국은 ‘⊔’ 모형으로 갑상샘 자리를 지나 다시 오른쪽 귀밑까지 이어졌습니다. 매 순간 누군가 목을 조르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망가져 버린 성대도, 목을 조르는 듯한 고통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재발만 잘 막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해 알게 된 한 원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언니 얘기를 하게 되었고, 신경이 완전히 끊어진 게 아니라면 방법이 있을지로 모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병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언니가 어쩐지 순순히 저를 따라나섰습니다. 그리고 주사 치료를 받은 첫날 저는 또르르,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아프기 전의 언니 목소리를 잠깐 들었거든요.



언니는 두 달 넘게 주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생겼지요. 그래서 한 시간 넘게 쉬지 않고 말해도 전처럼 목이 상하지 않습니다. 단계별로 올라가지 않고 단번에 하이톤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치 하나인 듯 뭉쳐서 굳어버렸던 수술 부위의 근육들도 조금씩 떨어지고 제각각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두웠던 언니의 얼굴 혈색이 밝아졌습니다. 수술 부위도 전보다 훨씬 예뻐졌습니다.


저는 왜, 암 재발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언니 같이 암 치료 후 고통받는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 지금이라도 그 사람들에게 미약하더라도, 조금 더 편하게 음식을 먹고 숨 쉬고 말할 방법이 있다고, 그러니 참고 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도 모두 건강하게,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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