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시를 써 볼까요?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저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시를 전공했고요. 부모님이 내색은 안 하셨지만, 졸업하고 시인이 된다고 할까 봐 걱정하셨답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는데, 시 전공자는 구성작가에 더 가깝고 소설 전공자는 드라마 작가에 더 가깝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송 구성작가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지요.
20년 넘게 방송 일을 하면서 사이 글공부도 했습니다. 신춘문예 소설 작법, 뮤지컬 & 희곡 대본 작법, 드라마 작법까지요. 뭔가 이상한 점, 못 느끼셨나요? 나중에야 깨달았는데, 시를 전공해서 구성작가를 선택해 놓고, 전혀 다른 분야의 글공부만 했더라고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었을까요? 손톱에 낀 때만큼 재능이 있다면 그건 시나 수필 쪽이었을 텐데요.
용돈을 아껴가며 문학과지성사 시집을 사 모으던 오랜 습관은 작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 사라졌습니다. 귀따갑게 들었던 말 때문이었지요. “방송 언어는 ‘글’이 아니고 ‘말’이야. 문어체는 잊어! 구어체를 사용하도록 해야 해.”
시인과 방송작가, 화법은 달랐지만, 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와 방송 일을 시작한 이유는, 저에게 같았습니다. 누군가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대신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그런데 저는, 그 아름다웠던 마음을 잊고 살았습니다.
‘어떻게 구성해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까?’ ‘어떤 표현을 써야 광고주가 좋아할까?’ ‘어떻게 흐름을 잡아야 상업적인 느낌을 감출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걷어내니, 이제야 시가 보입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너무 오래 놓았던 시를 다시 쓰려니 겁이 납니다. 쉽지 않겠지요.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시집을 꺼냈습니다. 서점에 갔다가 좋은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도 한 권 샀지요. 어느 시는 읽다가 눈물도 흘렸습니다.
‘좋았어! 아직 감수성은 사라지지 않았어!’
제가 글을 배우던 그 시절과 달리 요즘은 등단이 필수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책을 세상에 선보이는, 너무도 아름다운 이들이 많습니다. 저도 이제 그 틈에 끼어볼 수 있겠지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