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남자
안녕하세요, 박작박작한 아침을 여는 박작입니다.
어느 날 휴대전화에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휴대전화를 바꾸는 일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바꿨습니다.
텅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손님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그때 20대 중반? 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제법 쌀쌀했는데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이었습니다. 유독 피부가 검게 그을려 보이는 게 어디 놀러 갔다 왔나보다 싶었지요. 처음엔 차분하게 앉더니 대기 중인 사람이 많아서인지,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순서를 기다리는데, 자신이 더 급하다는 걸 어필하고 싶은 듯 보였습니다. 순서를 바꿔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일단 그냥 있어 보기로 했습니다.
휴대전화 기기를 교체하고 옮기고 하느라 한 시간 남짓 매장에 머물렀지요. 그러면서 그 남자의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놀러 갔다가 그날 아침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렸고 급하게 드라이기 등을 사용해서 말려보았노라고, 그래서 서둘러 집에 와서 서비스센터에 들렀는데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았노라고 말이죠. 서비스센터에서 유심을 바꿔 끼워보라고 해서 매장에 들렀다고요.
휴대전화가 먹통인 게 그렇게 불안할 일인가, 싶은데 하소연하듯 털어놓았습니다. 당장 내일이 면접인데 면접 장소에 가는 길도, 연락처도 휴대전화에만 기록되어 있어서 면접에 못 간다는 연락도 못 하게 된 상황이라고요. 그제야 그 남자의 불안함이 이해가 됐습니다.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그때 저는 수첩을 들고 오프닝 쓸 거리를 적고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는 옮기는 중이라서 딱히 볼 게 없었거든요. 책이라도 들고 올 걸, 하고 후회하다 끄적이는 중이었던 거죠. 태블릿 PC를 꺼내 메모장에 메모하다가 그래도 나는 아직은 수첩이 편해, 이러면서요. 남자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결국 메인보드를 교체하러 서비스센터에 다시 갔습니다.
휴대전화를 어디까지 사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불편을 무릅쓰고 카드 지갑을 따로 들고 다닙니다. 그 안에는 교통카드 겸 신용카드와 신분증, 그리고 명함 몇 장이 들어있지요.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더라도 자유롭게 어디든 가고 싶거든요.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순간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평소 조금은 휴대전화와 거리두기를 할 필요도 있겠다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거리두기를 해 보실래요?
오늘도 박작박작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