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명상이 왜 좋아?

명상, 넌 누구니?

by 김형찬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다. 명상 또한 마찬가지여서 ‘명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시작해야 냉소와 신비주의 모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할 때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이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 모두 이름은 그 존재의 핵심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 와서 꽃이 되는 것처럼, 명상이란 이름을 가지면서 행위와 생각은 비로소 우리가 인지하고 전달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된다.


먼저 한자를 통해 파악해 보자.


한자로 명상은 ‘冥想’이라고 쓴다. ‘어두울 : 명 冥’ 자는 해가 가려져서 빛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해가져서 어두워지는 것을 의미하는 ‘暝명’ 자나 눈을 감거나 장님을 의미하는 ‘瞑명’ 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해가 비치지 않는 공간에 들어가거나, 해가 지거나, 눈을 감으면 어두워지기는 매한가지 일 것이다.


대개 명상을 할 때는 눈을 감는데, 이것은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 중에 가장 많은 것을 차지하는 시각정보를 차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해가 있는 상태에서 외부와 부지런히 정보를 교류하던 활동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외부와 차단된 조용한 장소는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후각 그리고 미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감의 작용을 쉬게 하고 의식의 작용에 집중하는 것이 글자의 의미로 봤을 때 명상의 첫 스텝이 된다.


그런데 사전을 보면 ‘冥’ 자에는 ‘깊숙하다’, ‘아득하다’, ‘하늘’, ‘바다’와 같은 의미도 있다고 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쉽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오감을 쉬게 하고 의식이란 감각에 집중했을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생각 : 상 想’ 자는 국어사전에서 대상을 마음속으로 가만히 생각하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한자의 어원을 설명하는 설문해자에서는 ‘바라는 마음’ 혹은 ‘원하는 마음’이라고 해석한다. ‘想’은 ‘相’ + ‘心’으로 나눌 수 있는 글자다. 우리가 흔히 ‘서로 : 상 相’이라고 부르는 글자에는 ‘보다’, ‘자세히 보다’, ‘바탕’이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相’ 은 ‘木’ + ‘目’으로 나누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높은 곳이 좋고, 땅에서 높은 곳은 나무다’라고 해석한다. 나무 위에 올라 눈으로 살피면 보다 넓은 곳을 자세히 조망할 수 있고, 내가 지나 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알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나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위치한 시공간적 좌표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서로’와 ‘바탕’이란 뜻은 자세히 보는 것에서 파생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명상에서는 무엇을 볼까? 바로 내 ‘마음 心’을 본다.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에 빠지지 않고, 마치 나무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듯 마음의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冥想’은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의식에 집중해서, 마음이 일으키는 현상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듯 자세히 그리고 넓게 들여다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로는 명상을 ‘meditation’이라고 쓰는데 이 단어는 ‘생각하다’, ‘관찰하다’, ‘심사숙고하다’, ‘궁리하다’, ‘상상하다’ 하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동사 ‘meditari’에서 왔다고 한다. 또한 이 라틴어 단어는 히브리어 단어 중 한숨을 짓거나 웅걸 거리 거나 묵상을 의미하는 ‘hāgâ’란 말에서 왔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면 동서양 모두 명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명상이 단순하게 ‘멍’ 때리거나,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이완과도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행위가 있는 후에 그것을 표현할 말로 ‘명상’이란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말’이란 손가락에 사로 잡혀, 그 너머의 ‘행위’를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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