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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찬 Jul 13. 2024

가지, 여름날의 건강한 컬러푸드

텃밭 속에 숨은 약초 


가끔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네 살 차이가 나는데도 서로 경험한 것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녀의 차이도 있겠지만, 좋아했던 노래도 다르고 즐겨봤던 드라마도 다를 뿐더러 경험했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랄까 그런 부분이 서로 달라서 나이대는 같지만 세대차이를 느낍니다. 특히나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할 때면 아내는 가끔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우리사회가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변화를 겪었구나 새삼 느끼곤 합니다.


며칠 전 가지를 쪄서 양념에 무쳐 먹으면서 어렸을 때 밭에서 가지를 따 날로 먹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가지를 어떻게 날로 먹느냐고 아내가 정색을 합니다. 늘 뭔가 먹고 싶었던 어린 시절, 뒷밭으로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갔다가 정 먹을 게 없으면 가지를 따 먹곤 했습니다. 너무 작은 것은 맛이 안 들어서 한입 베어 물고는 바로 버리기도 했지만, 적당히 큰 것을 따면 뭐랄까, 코를 자극하는 향과 달짝지근한 맛이 제법 먹을 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어서 꼭지까지 다 먹은 적은 거의 없고, 몇 입 베어 먹고는 남은 부분을 밭에 던질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다 배가 너무 많이 고플 때는 욕심을 내서 한개 이상 먹기도 했는데, 그런 날은 어김없이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했습니다. 


가지 이야기가 서로의 어렸을 적 기억들을 떠오르게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른 날보다 밥이 더 달고 맛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아내의 어린 시절, 공감되는 부분들도 있고 다른 부분들도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죽을 때까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하지만,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 더 그 사람을 이해하고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다음에 가지를 날것으로 먹어보면 어떠냐는 제 제안을 아내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봄에 모종을 몇 주 사다 심어두면 한 해 동안 먹기에 충분합니다. 남는 것은 길게 썰어서 잘 말려두었다가 언제고 나물로 무쳐 먹을 수 있습니다.


최근 컬러푸드의 유행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가지(가자, 茄子)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추웠다 더웠다 하는 오장의 허로와 결핵을 치료한다. 밭에 심어서 먹는데 낙소(落蘇)라고도 한다. 기를 통하게 하여 고질병이 생기게 하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가지의 종류에는 자줏빛가지, 누런 가지가 있는데 남북에 다 있습니다. 푸른 물가지나 흰 가지는 북쪽에만 있습니다. 약으로는 흔히 누런 가지를 쓰고, 다른 가지들은 채소로만 먹습니다. 신라에서 나는 한가지 종류는 약간 반들반들하면서 연한 자줏빛이 나고 꼭지가 길며 단 맛이 나는데, 중국에 널리 퍼진 이 가지는 몸에 이로운 것이 없고 약효도 없습니다.


가지는 성질이 차가워서 열을 내리고 몸 안의 독소를 내보내는 작용이 있는데, 몸을 보하기 보다는 열을 내리고 소통시키는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먹으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위장이 약하고 평소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잘 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합니다.


가지는 수분이 많고 당질은 적으며 지질과 단백질 그리고 다양한 미량원소들이 있어서 영양가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자줏빛가지는 혈액속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고,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심혈관계 질환이 많은 현대인들이 적절히 먹으면 좋은 채소입니다.


고생만 했던 여행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즐거운 기억만 남는 것은 매번 경험해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배고프고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지금은 이렇게 따뜻하고 그리운 것을 보면, 겉으로는 힘들었던 그 시간 속에도 행복한 무언가가 함께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제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도 지난날 어린 시절처럼 좋았던 시간으로 기억되겠지요. 그 때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금 찾을 수 있다면 지금의 하루하루가 참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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