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속에 숨은 약초
책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또한 정말 명작이라 불릴만한 책을 만나면 깊은 감동을 받고, 그러한 감동은 그 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 말고도 제가 느끼는 독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실제로 해보는 것입니다.
겨울에 소백산에 올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감동에 젖어 바라본 것도, 혼자서 가방 하나 덜렁 매고 보길도행 배에 올라탄 것도 모두 책을 읽은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여행보다 더 충만한 즐거움을 주는 일은, 책에 적힌 내용들을 바탕으로 뒷밭 식구들을 가꾸는 일입니다. 어느 해인가는 인디언들의 농사법에 따라 보름달이 뜬 밤 옥수수 씨앗을 심었고, 슈타이너의 책에 소개된 방법대로 소 곱창과 민들레꽃으로 농사에 쓸 일종의 효소를 만들었습니다. 겨울에 토끼풀씨앗을 흙과 반죽해서 밭에 뿌렸고, 밭 한구석에 천마를 키워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 가운데 성공한 것은 거의 없어서 그냥 부모님을 웃겨드린 일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지요.
몇 해 전,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생명의 농업>을 읽고 감동에 젖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는 토마토 모종을 많이 사다가, 일부는 이전 방식으로 키우고 나머지는 밭 한쪽에 따로 공간을 만들어 곁순을 따지 않는 일종의 자연농법(어떻게 생각하면 방치에 가까운)으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키운 토마토는 과연 잘 자라기 시작했고, 곁순을 따지 않은 탓에 정말 정신없이 순이 뻗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순을 뻗느라 기운을 다 쓴 탓인지 열매를 맺지 않았고, 그나마 열린 토마토도 땅에 닿아서 익기도 전에 썩기 일쑤였습니다. 다시 한 번 좌절을 겪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해 농사를 통해 토마토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많이 배웠고, 이전 방식으로 키운 곳에서 그 해 여름내 충분히 먹을 만큼 수확을 거두었습니다.
밑거름을 충분히 주고 난뒤 좀 촘촘히 심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주를 세워주고 줄기가 상하지 않게 가볍게 묶어주는데, 곁순을 잘 따주어야 열매를 잘 맺습니다.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두 가지를 모두 심어 먹는데, 방울토마토가 병해를 좀 덜 탑니다.
여름철 건강 과일의 하나인 토마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토마토(번가, 番茄)
가지과 식물 토마토의 신선한 열매로, 성질은 약간 차고 맛은 달고 시다. 우리 몸의 진액을 생기게 하여 갈증을 멎게 하고, 비장을 튼튼히 하여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토마토는 성질이 차고 새콤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 몸의 열을 내리고 진액을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합니다. 또한 그 신맛은 간장에 작용해서 간의 혈액이 부족해 눈동자가 건조하고 눈이 어두워지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여름철 더위로 우리 몸의 진액이 마르고 열이 생길 때 먹으면 좋은 과일입니다. 또한 토마토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고,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줄여준다고 하니, 이러한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면 나쁜 법으로, 특히 비위가 허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설사와 구토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의 얼굴은 파래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토마토는 우리 건강에 좋습니다. 하지만 토마토의 맛과 성질은 여름철에 적당하기 때문에, 제철에 나오는 것을 먹는 게 좋겠지요. 텃밭이 없더라도, 햇볕이 잘 드는 집 한쪽에 토마토 몇 주를 키워 보면, 건강한 여름을 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