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목소리, 한 권의 책.

글쓰기 수업 후기(1)

by 연꽃 바람

수요일 저녁마다 글쓰기 교실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름 붙일 수 없었던 마음에게'라는 부제로 열리는 생활글 창작 곳간이다. 소설과 에세이, 시까지 쓰신다는 작가님이 수업을 이끄신다. 저녁 7시에서 9시에 하는 글쓰기 수업이라서 당연히 20대~40대 정도의 여성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겠도 50~60대가 대다수였고, 70대 여성 분도 있었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하신 남성 3분도 매일 빠지지 않고 수업에 오신다.


글을 쓰는 시간도, 작가님의 분석과 조언을 듣는 것도 좋지만 가장 즐거운 일은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담담히 꺼내는 모습을 볼 때, 긴 세월 동안 쌓인 삶의 교훈을 그저 한 문장으로 툭 던져 놓으시는 모습을 볼 때 그분들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수업을 마치고 각자 뿔뿔이 흩어질 때 그런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의 뒷모습은 한 번 눈으로 좇아 마음으로 응원을 건네기도 한다.


한 번은 작가님이 진행하셨던 다른 프로그램에서 참여자가 쓴 글을 요약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요약한 글은 정년퇴직을 앞둔 분이 알코올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 동료의 죽음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회상한 글이었다. 긴 글을 3 문장으로, 1 문장으로 요약을 하고 요약한 문장을 돌아가며 발표했다. 작가님은 왜 여러 가지 정보 가운데 그 부분을 선택했는지, 3 문장에서 1 문장으로 줄일 때 다른 정보들을 제외하고 왜 그 정보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질문하셨다.


많은 분들의 발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글을 쓴 화자는 왜 다른 사람의 아픈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하게 썼는지 모르겠어요."라는 50대 여성의 말이었다. 알코올 중독을 겪은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여성은 그 이야기가 그렇게 쓰이고 다시 이곳에서 이렇게 읽히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기신 것 같다. 그 분과 함께 오신 분은 한 줄 요약을 "알코올 중독은 죽어서야 끝이 난다"라고 하셨다. 작가님은 그건 요약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분들의 문장이 그 글과 가장 가까운 요약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그 글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글이라서 글의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시 내가 한 메모의 내용은 이렇다.


문서로 숫자로 용어로 기억되는 죽음

죽음을 객관화 하여 하여 보려는 시선 자체가 주는 폭력

타자의 죽음

그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현대인의 인간관계 나-그것. 소외. 타자화

죽음을 소비하는 글쓰기

자괴감은 죽음에 가담했다는 인정-불인정


그러고 나서 죽음을 주제로 한 두 편의 시를 더 읽었지만, 나에겐 그 두 분의 이야기가 더 진한 시였다. 작가님이 그건 요약이 아니라고 하셔서 혹시 상처받지 않으셨는지, 사실 나는 너무나 공감했다고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수업이 끝나고 황급히 자리를 비우셨다.


그분들이 들려주실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주실 그 순간이 기다려졌다. 나는 벌써 구어로 써 주신 이야기의 독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수업부터 그 두 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듣지 못한 '이름 붙이지 못한 마음에게' 전하고 싶으셨을 이야기가 참 궁금하다. 다시 수업에 나오시게 된다면, 두 분의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늘 강의실 구석에서 경청하고 있었노라고, 더 많이 들려주시라고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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