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후기(2)
수요일 낮, 어김없이 문자가 온다.
"오늘 저녁 7시, 생활글 창작 곳간이 열립니다."
곳간이라는 낱말을 볼 때마다 홍길동이 떠오르기도 하고, 김만덕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직 한 번도 곳간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문자를 받으면 비밀 곳간이 생긴 것 같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음악 속 화자'이다. 음악을 듣고 화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은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하셔서 요즘 노래 1곡과 옛날 노래 1곡을 골라 오셨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요즘 노래인 이하이의 '한숨'을 들었다. 이 곡은 이하이가 불렀지만, 들을 때마다 샤이니의 종현이 부른 것 같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던 재능도 많고 외로움도 많았을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이 자꾸 그려진다.
이 노래를 들은 50대의 한 어머니는 딸이 어머니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고 하셨다.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라는 노랫말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했다. 아들을 두신 다른 어머니께서는 이 노래를 들으며 당연히 화자는 젊은 아들이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살아온 삶의 궤적에 따라 사람들의 '당연히'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애써 종현의 그림자를 지우며 이 노래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들으니 '장그래'가 그려졌다. 퇴근길 지하철 역 근처 편의점에서 늦은 끼니를 대충 때우며 창문 너머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본다. 누군가 길가에 서서 먼 허공을 보며 잠시 한숨을 쉬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 모습에서 계약직으로나마 취직을 하기 전 어느 날 밤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한숨을 쉬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못 건넸던 위로의 말을 건넨다. 힘들고 지쳐서 크게 한숨을 쉬고 싶어도 그 숨조차 마음껏 쉬지 못해 거리로 나와 군중의 소음을 틈타 내쉬어야 했던 '누군가'가 있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고, 내가 손을 내밀었어야 했던 그랬다면 조금은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을지 모르는 친구나 동료일 수 있다. 헤아릴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말해주었다면 "괜찮아. 아무도 너를 탓하지 않아."라고 말뿐인 위로라도 전할 수 있었을 텐데....
또다시 종현에게로 마음이 갔다. 이 노래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정작 그를 세상에서 숨 쉬게 할 위로를 얻을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 세상에서의 한숨이 너무나 힘들어서 떠난 것 같다.
선우정아가 노래했듯이 누군가 "도망가자"라고 말해줬다면 조금 나았을까. 그 노래에서 처럼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라고 누군가 말해줬다면 "마음껏 울"고 "씩씩하게" "돌아"올 수 있었을까.
강의실에서 노래를 듣고 각자 '한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 동안 다 말하지 못한 숨막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해야 했던 말, 누군가에게 들었으면 했던 말, 원망이나 위로 같은 감정들이 노래 위에 얹어져서 그 시간이 참 무거웠다.
무거움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한숨도 쉴 수 없을 테니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털어놓고 무거움을 잠시 내려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