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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Apr 16. 2023

"아가야, 미안해"

<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 그림. 이현정 옮김. 비룡소




오늘 아침, 내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아이는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갔다. 손으로 붙잡아 보려 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 고함이 그렇게 놀랄 일인가.


아이의 머리는 우주까지 날아가 찾을 수 있었고, 아이의 몸은 바다를 헤엄쳐 가서 겨우 찾았다. 두 날개는 밀림에서 길을 잃어가는 고생 끝에 찾았다. 부리는 산꼭대기에서, 꼬리는 거리 한가운데에서 찾았다. 


그 모든 것을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해 품 안에 꼭 쥐고 두 발이 남아 있던 장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이의 발은 그곳에 없었다. 아이를 끝까지 찾고 싶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훨훨 날아가고도 싶었지만, 펭귄이 하늘을 날면 너무 나댄다고 할까 봐 그럴 수 없었다. 


겨우겨우 사막을 가로지르는 배를 빌려 아이의 두 발을 찾아 헤매다가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겨우 찾았다. 잃어버릴까 봐, 상처가 날까 봐 조심스럽게 품었던 아이의 조각들을 한데 꿰맸다. 두 발이 마지막 차례였다. 


다 꿰매고 나서 나는 말했다. "아가야, 미안해."



엄마의 입장에서 <고함쟁이 엄마>를 다시 써 보았습니다. 


아이가 흐트러진 자신을 찾느라 방황한 시간만큼 엄마도 마음 졸이며 그 뒤를 쫓았을 것입니다. 하나하나씩 조각을 찾을 때마다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으며 힘을 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 이 모든 시련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다 꿰매고 나서 시간을 되돌린 듯 다시 만나게 된 아이에게 "아가야, 미안해."라는 말을 할 수 있었을 때 얼마나 안도했을까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어느 지점에 아이를 두고 온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이 짧은 동화를 읽으며 "아가야, 미안해."라는 말을 전할 기회를 영영 가질 수 없게 된 어떤 부모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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