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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Apr 10. 2022

눈물을 보이며 고맙다는 너에게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울먹이는 너에게

  가만히 너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어깨를 토닥이거나 눈물을 닦을 손수건이라도 건네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했어.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내 마음속에서 말을 고르느라 우는 너의 눈을, 입가가 들썩이며 힘겹게 '고마워'라고 말하는 너를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너의 마음이 나에게 닿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담담하게 말하고 싶어 적당한 시기를 골랐을 너를 알기에 나도 신중히 나의 말을 골랐어. 너의 눈물에 대해, 고맙다는 말해 대해, 무어라 답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사이에 그 순간이 이미 지나버렸어.


   내 머릿속을 떠돌던, 고르다가 미처 전하지 못한 그날의 마음을 늦었지만 지금 전할게. 이 글이 너에게 닿지는 않겠지만 적당한 시기를 만났을 때 꺼내어 놓을 준비를 하려고 해. 


  너는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 불편함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까 전전긍긍하지. 혹시 눈치챈 누군가가 괜찮냐고 물어보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말 괜찮다고 아니라고 과장되고 어색하게 대답을 하고 말지. 그 모습을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소심하다고 말하지만 너의 답답함과 소심함이 만들어낸 누군가의 편리함과 무책임과 편안함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 모습이 마음 아팠어. 다른 사람의 편안함을 만들어준 너의 견딤은 분명 감사받아야 할 일이지만 한없이 몸을 낮추고 감사를 거부하고 괜찮다는 말로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너의 화법은 옆에서 지켜보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는 네가 당연히 받아야 할 너의 감사함의 몫을 챙기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며 그 순간을 "아니에요"라고 넘기는 모습을 나는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어. 


  다른 사람도 겪을 수 있었던, 네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마땅히 겪어야 될 그 일들을 혼자 견뎌내며 그 모든 견딤의 이유를 자신의 능력 부족에서 찾으며 또 한 번 원망이 아니라 미안함을 느끼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나는 알고 있었거든. 그 일은 네가 아니면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겪어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사실, 옆에서 너를 지켜보고 너의 이야기를 듣고 대신 그 모든 상황들에 대해 욕하고 독설을 내뱉었던 것은 사실은 미안함이었어. 부끄럽게도 그 일이 나의 일이 아니라 너의 일이라서 이렇게 한 걸음 멀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위로라고 포장되었지만 사실은 철저히 무책임했던 그 모든 날들에 대한 미안함이었어. 그래서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너를 생각하고, 그때의 너의 눈물을 생각하면 나도 눈물이 나. 혹시 그 일이 너의 힘듦의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일의 해결에 깊이 몸을 던졌어야 했는데 역할을 맡은 너의 '책임'을 너의 '권리'라도 된 것처럼 거리두기를 예의쯤으로 여겼던 나와 우리들의 비겁함이 여전히 미안해.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에게 울먹이며 '고맙다'는 말을 하는 너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무너질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들을 언제나 그랬듯이 또 견뎌내고 이렇게 부서지지 않고 여전히 있어줘서 무책임한 내가 조금은 견딜만해져서 너에게 너무나 고마워. 너는 스스로 강하지 못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너의 견딤은 내가 보아온 누구보다 강하고 의연했어. 그러니 조금 울어도 된다고, 불평과 불만을 해도 너의 세상은 나빠지지 않는다고, 그리고 너의 말없는 견딤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네가 받아야 할 마땅한 삶의 단맛들을 느껴. 너의 몫의 마땅함이 너에게로 올 때는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가볍게 "고마워요" "좋습니다"라고 말해. 그리고 그 마땅함에 생색을 내려는 사람이나 너의 마땅함을 슬그머니 가로채려는 사람이 있다면 "잠깐!" "그건 아니지요"라고 말해도 돼. 나는 그것이 어른스러움이라고 생각해. 이제 다른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을 혼자 있는 시간에 스스로에게 되뇌지 말고 해야 할 말을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에게 시기를 놓치지 말고 하는 어른이 되자. 언제나 옳은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실수했다면 사과하면 되니까, 우리에게 그 정도의 삶의 내공이 쌓였으니까. 


  내가 너에게 시기를 놓치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 스스로에게 되뇌었던,

  네가 당연히 받아야 할 마땅한 말은, 

  " 고마워. 네가 있어서 우리가 편안했어. 

    미안해. 모른 척했던 그 많은 시간들의 비겁했던 나를 용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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