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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바람 Apr 18. 2022

편의점에서 만난 소년에게

너에게 난, 나에게 넌

  편의점에서 만난 소년에게,


  처음 보았고 앞으로 다시 보더라도 너를 못 알아볼 것 같아. 그래도 오늘의 너의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써야 하겠다고 생각했어. 너의 수줍은 미소가 너무 따스했고, 너의 선의가 너무 '선뜻'이라서 심쿵했거든. 그 순간 덕분에 오늘이 너무나 특별해졌고 그래서 그 특별함을 기념하는 파티까지 했다는 걸 너는 모르겠지.


  오늘 네가 편의점 앞에서 마주쳤던 여덟 살 꼬마는 포켓몬을 좋아하는 아이란다. 사실 포켓몬을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지. 포켓몬 만화도 좋아하고, 카드도 부지런히 모으고, 카드가 구하기 어려워져서 이제는 킹빵빵 포켓몬 딱지를 사서 모으지. 그렇게 모은 카드며 딱지를 다른 친구가 달라고 조르면 바로 줘버리는 녀석이고, 반짝거리는 빛나는 카드를 평범한 카드와 맞바꾸고는 "친구가 좋아하니까 난 그걸로 행복해"라고 말하는 아이란다. 그런 그 아이가 포켓몬 빵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 그래서 잊을만하면 한 번씩 포켓몬 빵을 사러 가겠다며 동네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포켓몬 빵 있어요?"를 묻고 다닌단다.


  오늘도 바로 그런 날이었어. 매번 "품절이요" "~시에 오는데 안 올 수도 있어요"라는 편의점 직원의 말을 들으며 아쉽게 돌아섰어. 반복되는 아쉬움을 이제는 당연히 여기며 집 주변 편의점 3곳과 마트를 돌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어. 아파트 입구에 편의점 트럭이 있고 몇몇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편의점 문 앞에 서성거리는 걸 본 거야. 말릴 새도 없이 전력질주를 하며 "포켓몬 빵 왔어요?"를 외쳤지.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3개 들어왔는데 여기 먼저 온 3명이 있어"였어. 아이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그럼 못 사요?"라고 되물었고, 주변에 있던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도 얘들은 아까 5시에 왔다가 8시에 다시 오라고 해서 왔는데도 못 사고 있다, 맨 앞에 있는 아이까지만 살 수 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예전에 그 무슨 과자가 나왔을 때도 이러더니만 하시며 아이에게 "그럼 못 사지"에 대한 이유를 상세하게도 설명해 주셨어.


  그때 너무도 선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 "내 거 줄까?" 아이를 향해 따스한 눈길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평온한 목소리를 건네는 너였어. 주변의 어른들 모두 깜짝 놀랐지. 나도 너의 기다림의 시간과 성취의 환희가 예상이 되었기에 괜찮다고 했어. 그리고 아이를 향해 오늘은 그냥 포켓몬 빵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자, 사진 찍어 줄게라며 달래는 말을 하고 있었어. 대신 마음을 달래 줄 다른 간식을 사려고 편의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네가 쓰윽하고 빵을 내미는 거야. "이거 가져. 난 진짜 괜찮아." 다시 한번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 나는 부랴부랴 너에게 그래도 괜찮냐고, 빵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어. 너는 괜찮다며 돌아서서 가려고 했고 뒤에서 편의점 직원이 "아주머니, 그 빵 2200원이요"하고 대신 답해 주셨어. 다행히 지갑 안에 현금이 있어서 너에게 줄 수 있었지. 그리고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어.


  그 짧은 순간 덕분에 아이는 너무 행복했단다. 아이는 오늘 처음으로 자전거를 탔고, 처음으로 포켓몬 빵을 얻게 되었다며 파티를 해야 한다고 했지. 낯선 중학생 소년인 네가 선뜻 베푼 호의 덕분에 마음이 너무 따뜻해져서 아이의 '파티'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어. 이건 정말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거든. 낯선 사람에게 받은 순수한 호의가 이런 거라는 것을 너에게서 배웠단다. 이런 호의를 베푼 너의 발걸음과 그 이후는 어땠을지도 참 궁금했어.


  편의점을 나서며 우리 아이처럼 뭔가를 그렇게 바라던 여덟 살 시절을 떠올렸을까?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했을까? 우리가 호의를 받아서 기쁜 마음처럼 호의를 베푼 너도 기뻤을까? 혹시 후회하지는 않았을까? 후회하기보다는 우리가 느낀 기쁨만큼의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어.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너도 이런 호의를 받게 되었으면 좋겠어. 너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같은 동네에 사는 것 같으니까 돌고 돌아 언젠가 우리가 너에게 다른 방식으로 호의를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건넸던 "고마워"라는 말속에 이 진심이 꽉 담겨서 너에게 닿았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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