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는 자, 보통의 무게를 견뎌라

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by 연꽃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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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평균, 평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의 필요조건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모여 '보통'을 만든다.

평범한 가정, 보통 가정, 평균 가정.

여성인 어머니와 남성인 아버지, 그 둘 사이의 생물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진 자녀.

정규직 아버지와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혹은 전업 주부인 어머니.

자가 혹은 적어도 전셋집.

자동차.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며칠 간의 휴가를 받아 여행도 가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닌 부부의 삶은 이미 보통에서 벗어나 행복의 필요조건을 못 갖춘 것만 같아서 주변 사람들의 인사에 담긴 묵직한 질문의 화살에 시달려야 한다.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둘째는 언제 낳을 거야?"


삶이 풍요로워질수록 보통, 평균, 평범은 상향 조정된다. 그 항목은 점점 늘어나고 세상이 확장시켜 놓은 보통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노력으로는 가당치 않고 노오오력을 해야 가 닿을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평균을 까먹는 사람들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아줌마이긴 하지만 '어머니'도 '와이프'도 아닌 선배, 여전히 자기의 집을 갖지 못하고 부모님 집에 사는 친구의 시누이,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는 동료, 매달 말일이면 카드값, 보험료, 관리비를 계산해야 다음 달을 계획할 수 있는 친구.


행복의 필요조건인 보통을 다 가진 사람들은 그저 SNS 속에만 존재하는 것 같다. 가끔 마주치는 '보통'의 사람들도 행복의 필요조건을 갖췄지만 표정은 어둡고 다른 사람에게 한 줌의 친절을 베풀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2022.09.16. 06:10


대규모 집단 속에 하나의 값으로 존재하는 '나'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가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커다란 숫자에 나를 밀어 넣지 말고 지금 여기 '나'라는 고유값으로 살아야지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너무 대충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들을 보며 정신을 차려야지'라며 여기저기 각 분야의 롤 모델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비교하지 말자'라는 말도 있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객관적이 되려면 '나'라는 주관을 벗어나야 하고 결국 대규모의 타자의 눈으로 나를 봐야 한다. 문장으로 쓰면 참 쉬운 일이지만 그 문장을 실천하는 일은 참 어렵다. 그 양쪽을 오가며 자신만의 행복을 가늠해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가장 나약하지만 '생각'을 할 수 있으므로 고귀하고 존엄하다고 했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보통'이라는 무게를 견뎌야 한다. 한낱 갈대에 불과한 인간이 우주를 능가할 수 있게 해 준 사유의 힘으로 '보통'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것, 갈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생각하는 갈대다. 그를 으스러뜨리는 데 전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 그를 죽이는 데 한 줌의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우주가 그를 으스러뜨린다 해도, 그는 여전히 그를 살해한 그것보다 고귀하리라. 왜냐하면 그는 그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우주가 그보다 유리한(우월한) 위치에 있다는(have advantage over) 걸 알지만, 우주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엄성은 전부 사유 안에 있다. 그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고양해야 한다.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러니 제대로 사유하도록 노력하자. 여기에 도덕의 원리가 있다.

생각하는 갈대.- 나는 공간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의 다스림을 통해서 나의 존엄성을 추구해야 한다. 나는 토지를 소유하는 것으로는 어떤 이득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공간을 통해서라면 우주는 나를 하나의 원자처럼 포괄하고 집어삼킨다. 생각함으로써 나는 세계를 포괄한다.

파스칼 <팡세> 요약 인용

출처: https://bookiemb.tistory.com/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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