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라이브 단상
요즘 강형욱 훈련사의 동영상을 즐겨 봅니다. 개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은 애씀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 관련 방송이 주는 시사점과 강형욱 훈련사의 훈련 영상이 주는 시선이 교차되는 지점도 있어 흥미롭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은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로
"반려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밥을 주는 보호자가 아니라 놀이와 산책을 해 주는 보호자이다"는
"좋은 음식과 주거 환경만큼이나 좋은 놀이와 충분한 활동의 시간이 더 필수적이고 중요하다"로 읽힙니다.
강형욱 훈련사가 한 방송에 "반려견은 우리한테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그냥 당신이기 때문에 좋아하죠"라는 말을 했습니다. 찾아보니 폴란드에는 "최대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다음은 개의 사랑, 그다음이 연인의 사랑이다"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저의 '어미됨'의 경험으로는 어머니의 사랑은 아기가 보여준 절대적 사랑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온전히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온 신경 회로가 엄마에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던 아이의 어미를 향한 절대적 사랑은 '어미됨'의 절대 사랑이라는 답정너의 질문이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내가 없으면 그렇게 찾고, 나를 향해 손 벌리고, 나의 냄새를 좇아 고갯짓을 하던 아이의 모습은 반려견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 반려견을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낸 적도 있는 지인은 반려견 키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키우며 커서 독립하지만 반려견은 3살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걷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말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말을 하지는 못하는 3살 아이처럼 늘 보살핌을 필요로 하고 한결같은 기다림으로 사랑을 주기에 미안한 마음도 드는 그런 존재가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가장 가까이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동물이 개입니다. 3년이면 풍월을 읊는 서당 개가,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살던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약에 쓰려면 개똥도 찾기 어렵다는 좌절과 신세 한탄은 요즘도 여전합니다. 다정한 사람 커플을 보다 다정한 반려견과 보호자 커플이 더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정한 보호자와 아이 커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보호자와 아이 커플은 다정할 새가 없습니다. 하교한 아이들의 가방은 엄마 손에 넘겨지고 발걸음은 바쁘게 어디로 향합니다. 오늘의 놀이 보다 미래의 안정적인 독립을 위한 배움이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일까요?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들은 태권도복을 입고, 피아노 학원 가방을 들고, 수영 가방을 챙기고, 영어 학원 교재를 들고,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어디론가 가기바쁩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뜨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자고 어린이에게 말했지만 아이들은 해가 아니라 휴대폰 알람에 맞춰 시간을 알고 약속된 일들을 합니다.
반려견 보호자에게 이제 '산책'은 거를 수 없는 하루의 일과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놀이는 주어진 일을 다 하고 나서야 누릴 수 있는 '여가'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놀이와 바깥 활동은 반려견의 산책보다 더 필수적인 '생존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은영 선생님도 "놀이는 사회성을 익히는 중요한 활동이며 놀이를 통해 흥미와 호기심이 유발되고 신체가 발달한다"라고 했습니다. 놀이는 그냥 혼자 두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상이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고 새로워져야 하는 의도적인 활동입니다.
반려견과의 놀이에도 규칙과 보상(칭찬)이 필요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훈련이듯이 아이에게 놀이도 규칙과 보상(즐거움, 칭찬, 성취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교육입니다. 물론 아이의 놀이는 반려견의 놀이보다 더 개인차에 따른 복잡성과 유연함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이의 놀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목표가 변형되기도 하고, 새로워지기도 하는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과정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주도성을 경험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밀도 있는 시간입니다.
저와 함께 사는 아이는 놀아'주'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른이 자신과 놀아'주'는 것도 싫어하고, 어린 동생을 보살피며 사이좋게 놀아'주'어야 하는 상황도 싫어합니다. 동등하고 팽팽한 관계에서 주도성을 밀고 당기며 규칙을 정하고 승부를 내고 즐거움을 찾는 놀이를 즐깁니다. 재미가 있으면 수십 번의 반복에도 늘 새로운 것처럼 즐겁게 이어가지만 재미가 없으면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제안도 단칼에 거절합니다. 그 거절이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갈등을 화해로 마무리 지을 때도 있고 그냥 둬버릴 때도 있습니다. 갈등이 점점 더 커져서 해결이 되지 않아 울음을 터트릴 때도 있고 갈등의 원인에서 자신의 행동은 빼고 방어적으로 상대방의 잘못만 말할 때도 있습니다. '공부'라는 상황에서는 생기기 어려운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놀이 안에서 직면하게 됩니다. 그 상황에 대한 결정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점차 사회에서 시민으로서의 자유, 권리, 책임에 대해 눈 뜨게 됩니다.
유퀴즈에 출연한 강형욱 훈련사가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그냥 옆에 가만히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을 비우는 시간과 귀가 시간이 일정한 보호자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집을 비우고 반려견이 혼자 있더라도 일정한 시간에 귀가하면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적용될 것 같습니다. 가끔씩 컨디션 좋을 때 아이에게 함께 있는 "시간의 양보다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며 특별한 이벤트나 체험, 여행을 하는 부모보다 그저 옆에 가만히 있을 때 아이도 편안하지 않을까요. 출근과 퇴근 시간이 일정하며 아이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나름의 계획으로 채우고 부모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를 키울 때 지켜야 하는 것들, 기본적으로 반려견이 누려할 것들을 아이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를 키우듯, 개처럼 아이도 키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