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4개 나라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은 <세계행복보고서 2020>이 지난 3월 20일 발표되었습니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매년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행복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진정한 의미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 현실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습니다.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어느 대목인지 짚어보겠습니다.
북유럽 국가 강세 여전
2012년 처음으로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덴마크가 2012년, 2013년, 2016년에 1위를 차지했고, 2015년에는 스위스, 2017년에 노르웨이에 이어, 2018년, 2019년, 2020년 3년 연속으로 핀란드가 세계최고의 행복국가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들 4개 국가가 세계 최고 행복국가 자리를 두고 매년 경쟁한 셈입니다. 특히 핀란드와 덴마크는 매년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가 작년에 이어 2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상위 10위에 오른 나머지 국가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뉴질랜드 및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순입니다. 북유럽국가가 여전히 강세로, 세계 최고의 복지시스템과 사회적 신뢰, 투명성 등이 주요한 요인입니다.
한국은 지난 해(2019년) 순위(54위)에서 일곱 계단 내려앉은 61위에 랭크되었으나, 총점은 지난해 보다 조금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순위가 낮아진 것은, 다른 나라들의 삶의 질 개선 속도보다 우리가 늦거나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편집자 중 한 사람인 콜롬비아대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SDSN 이사 및 지구연구소 지속가능한개발센터) 교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보다 더 잘 모색하려는 정책입안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도구임이 입증되었다.”면서 “우리는 행복의 조건이 좋은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사회적 신뢰, 정직한 정부, 안전한 환경 및 건강한 삶을 포함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초로 행복도시 순위 매겨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는 처음으로 국가 순위뿐 아니라 주관적 만족도(SWB,Subjective Well-Being)를 기준으로 전 세계 행복도시 순위를 매겼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 조사되었습니다.
서울은 83위였습니다. 언급한 것처럼 이 순위는 주관적 만족도 만을 기준으로 한 결과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매년 이 조사에 OECD 최저 수준의 답변을 합니다(지난 16일자 Hi54호에서 소개한 것처럼). OECD 더 나은 삶 연구소의 <2020년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 in 2020?)>에서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OECD 최저 수준(33개국 중 32위)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0점에서 10점 사이에 점수 매겨보라’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평균 6.1점을 매겼습니다. 동일한 질문에 북유럽 국가나 중남미 국가들은 대부분 7~10점 사이를 매기는데 주저함이 없는데, 한국인들은 대부분 중간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 5~7점 사이를 선택한다는 거지요. 여러 가지 요인이 총합된 반영이라 생각하지만 한국 나름대로의 특수한 이유도 있다 생각합니다(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어 보겠습니다).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도시 행복 순위가 국가 행복 순위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사회, 도시 및 자연 환경이 어떻게 결합하여 우리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천착했습니다. 녹지에서 걷는 것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며, 특히 친구와 함께 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네요.
보고서의 또 다른 편집자인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존 헬리웰(John Helliwell) 교수는 “도시와 농촌 관계없이 행복한 사회환경은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 신뢰하고, 함께 즐기며, 그들의 상황을 공유하는 곳”이라면서 “공유된 신뢰는 고난의 부담을 줄이고 그로 인해 웰빙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때문에 회복력도 더 있다.”고 강조합니다.
도시와 농촌의 행복도 비교연구
도시는 경제성장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구가 농촌 지역에서 도시 지역으로 계속 이동함에 따라 자원과 인프라가 더욱 하중을 받으면서 행복의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도시간의 행복이 어떻게 비교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뿐만 아니라, 같은 나라의 상대도시와 비교하여 행복한 도시 거주자를 비교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도시 및 농촌 생활의 상대적 행복을 비교할 때 도시 거주자가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촌 거주자보다 일반적으로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또 다른 편집자인 옥스포드대 웰빙연구센터 소장인 얀 엠마뉴엘 드 네브(Jan-Emmanuel De Neve)는 “그러나 도시의 행복의 이점은 고소득 국가의 도시에서 사라지거나 때로는 부정적으로 변하여, 농촌 지역에서 살기를 원할 때 행복에 대한 탐색이 더 유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환경과 행복
보고서에서 국가의 행복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6가지 요소 중 4가지는 사회환경의 측면입니다. 여기에는 의지할 사람이 있고, 주체적인 삶의 결정의 자유, 관대함 및 신뢰가 포함됩니다. 이 보고서는 개인의 행복에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환경이 어떻게 불평등의 영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지 살펴봅니다.
또 다른 보고서 집필자인 런던경제대학의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 LSE 경제성과센터의 웰빙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 교수는 “행복 불평등은 평균 삶의 만족도를 크게 감소시킨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없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건강한 자연환경은 더 행복한 공동체로 연결
올해 <세계행복보고서>는 또 다른 장에서, 자연환경이 어떻게 개인의 행복과 웰빙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행복 설문조사 분석결과, 건강하고 자연적인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사회의 행복과 웰빙 수준을 지원하고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날씨, 녹지 및 해변과 운하를 포함한 수면처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자연적 요인을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녹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 녹지 근처에 거주하거나 숲에 둘러싸인 사람들의 행복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수면을 내려다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연구는 야외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기회와 경험을 제시한다며, 건강한 자연환경이 행복과 웰빙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행복과 SDGs
올해 <세계행복보고서>에는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행복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세계 행복지수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지수에 나열된 국가간의 비교분석에서, SDGs 달성 노력과 보고된 행복 수준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SDG 지수는 ‘글로벌 어젠다 2030’으로도 알려진 17개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과 준비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글로벌 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