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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1. 임신이라고?

아니 잠깐, 설마! 근데 왜 웃음이 멈추질 않지 ㅋㅋ

by 행인A

이틀전 처음 임테기를 써봤다.

관계 후 12일 정도 지났을 무렵. 예상 배란일을 생각했을 때 혹시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응? 임신이라면 분홍색 줄이 그어졌어야 할 곳에 흰 색이 보이는게 아닌가? 불량인가?

물을 열심히 먹어 소변을 모은 뒤, 또 하나를 더 해보았다. 첫번째 테스트기와 두번째 테스트기 사이에 1시간 30분 정도 간격이 있었고 회사 내 미팅도 있었다. 일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떨리는 맘으로 한 두번째 테스트기는 빼도 박도 못하게 1줄이었다. 실험을 전문으로 하는 남편말로는, 첫번째 흰 줄은 그냥 약을 표시한 선인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임신이 아닐 가능성이 훨씬 많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한 줄을 보니 괜히 마음이 울적했다. 또 다른 안 좋은 일도 겹쳤고. 맥주가 땡겼다. 12온즈 짜리 한캔을 들이켰다. 이랬는데 임신이면 어떡하지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에이 아니라잖아 두개나 써봤잖아' 싶었다.


그런데 오늘, 뭔가 촉이 이상했다.

구역 모임에서 사람들이 남편에게 기도 제목을 물었는데, 요즘 삶이 너무 무료하고 지루하다면서 잘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내용을 말했다. 아니 잠깐만, 이거 클리셰잖아. 그런 말하면 바빠진다고 이 사람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다른 테스트기를 사서 다시 테스트 해봤다. 결과는 헐, 선명한 분홍색 두 줄.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지금 나한테만 두 줄로 보이는거 아니지?" "두 줄인데?.... 두줄이야??... 어?? 그럼 임신이잖아? 허..허ㅓ허허허허허허하하ㅏㅁ하하ㅏㅇ아니 임신이라고? 그렇게 한번에? 임신이라고? ㅋㅋㅋㅋㅋㅋ아진짜 임신이라고?ㅋㅋㅋㅋㅋ내가 아빠라고?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정신나간 사람처럼 우리 둘은 포복절도하는 얼굴로, 그것과 어울리지않은 "아니" "잠깐만" "설마" 를 반복하며 생애 첫 두 줄을 보았다.


그리고 시작된 폭풍검색. 임신 초기, 임신 첫 달, 임신 어플, 임신초기 음주 등....

이틀전 먹은 맥주 한 캔이 걸렸다.

한글 영어 이용 폭풍 검색. 내가 이렇게 논문을 빠르게 찾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지 몰랐다.

이론적으로 임신 기간 중 어느때라도 술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임신 극초기인 다음 생리예정일 전기간에 마신 술을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검색의 결론. 이제 막 착상된 시기엔 모체가 먹은 음식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데, 그래도 의사와 반드시 상의해야한다는게 주요 내용이었다. (나중에 의사에게서도, 극초기에 마신 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더군다나 한 캔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들었다).


미국에선 8주부터 클리닉에가서 초진을 본다.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다. 두근두근.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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