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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Oct 22. 2022

임신12. 난 잘해보고 싶은 예비엄마였다

막달. 쿨하긴 개뿔

통상 이제부터 언제 아이가 나와도 건강상 괜찮다고 여겨지는 주수. 그래서 많은 사람이 37주를 기다린다.


1. 아이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조바심이 든다.

이미 아이가 크다는 진단을 받아 (36주 3일 몸무게- 한국 기준 91 퍼센타일, 3.1kg, 머리 크기- 한국 기준 80퍼센타일, 미국 기준 91퍼센타일, 9.3cm) 예정일을 넘길 경우 아이가 너무 커서 난산으로 고생하다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미국은 특별한 의학적 이유가 있지 않는한 아이가 크다는 이유로 제왕절개를 하지않는다. 무조건 자연분만부터 시도해야함) 나와 내 동생들이 다 큰 아기여서 (3.7-4.0kg) 더 걱정이 된다.

아이를 너무 크게 하지 않으려고 과일도 단 음식도 안 먹고, 매일 만보 걷기, 40층 계단 오르기, 짐볼 운동, 막달 운동을 하는데 진통은 올 생각을 하지 않고 나만 더 건강해진다.


2. 몸의 변화 하나하나가 다 신경 쓰인다.

분비물 다리를 타고 흘러 양수가 아닌가 의심했지만 아니라는 의사 소견을 받았고

갈색 분비물이 있어 이슬인가 싶은 의심도 했지만 이것저것 찾아본 결과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3. 출산이 겁난다.

처음 내진을 받고 내진도 이렇게 아픈데 진통과 출산은 어떤 걸까 겁이 났다.

온갖 출산 영상과 브이로그를 찾아본다. 나는 적나라하게 알아야 불안함이 덜 해지는 타입이라 출산은 다 가려진 채 산모의 얼굴(?)만 나오는 영상보단 산도에서 아이의 머리가 대놓고 나오는 외국 출산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만 보는데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4. 더 준비해야 할 건 없나 불안하다.

젖병을 세척해두고 손수건도 빨아놨는데, 더 사야 되는 건 없는지 불안하다. 뭔가 빼놓고 있는 기분 (아마 그것은 내 정신머리가 아닐까)


5. 예민하다.

아이가 나올 때가 되면 나올 건데 마음을 느긋하게 먹자고 마음을 달래 보지만 안된다.

급기야 남편에게 왜 이렇게 아저씨같이 옷을 입냐며 (늘 같은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려니 하다가) 짜증을 낸다. 




그렇다. 나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은 사람이었던 거다. 

내 마음대로 안되니 내가 얼마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구가 큰 사람인지 역설적으로 깨닫게 된다. 

말로는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뭐가 중요해, 분유든 모유든 그게 뭐가 중요해, 애가 칭얼거릴 수도 있고 잘 잘 수도 있지, 그냥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지내면 감사한 거지!라고 해놓고

사실은

멋지게 진통도 보내고 자연분만도 하고 모유수유도 성공하고 수면교육도 잘 해내서 초산이지만 보란 듯이 착착 잘해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러면서 남편과 육아를 함께 해나가며 사이도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넉넉하게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부모 노릇을 하는 인간이고 싶었던 거다. 


그렇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쿨함과는 거리가 먼 욕심이 많은 사람. 잘 해내고 싶고 잘 해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예비엄마. 아마 오랜 기간 체화된 완벽주의도 한 몫하여 스스로를 그리고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으리라.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떤 상황이 와도 또 그 상황에 맞게 내가 잘 헤쳐나갈 거라고.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지나왔고 이 또한 지나갈 거라고. 다독여본다.


남편에게는 미안하다고 사과해야겠다. 나한테 아줌마 같이 옷 입지 말라고 하면 나는 엄청 화낼 거면서.

완벽주의도 더 많이 내려놓아야겠다. 이 정도면 엄청 잘하고 있는 거야. 암 그럼.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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