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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1] 박사 학위논문 디펜스를 앞두고

아무도 안해줘서 스스로 하는 격려. 고마워. 포기하지 않아줘서.

by 행인A

이건 박사 디펜스를 앞두고 박사과정 말년차인 내가 나에게 보내는 말이다.

나를 달래주고 칭찬해주고 내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 격려, 그리고 소통이다.

어디선가 내가 나와 제대로 연결되어있다면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나에게 쓰는 편지>는 정말 정말 오그라들지만,

너무 외로운 유학생활에 지쳐서 스스로 베프가 되어보려는 노력을 하는 글이다.





나는 너에게 정말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

네가 그랬지. 이렇게 더 이상은 못 살 것 같아서, 여기서 그만두는 것보다 졸업을 하는 게 가장 빠르게 이 상황을 벗어나는 길이여서, 졸업을 할거라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포기하지 않아 줘서.

그렇게 힘들었지만, 그렇게 어려웠지만, 남들이 받는 가족에게서의 지원 없이도, 남들이 가지고 온 실력과 자본 없이도, 너만이 아는 그 시간들, 너만이 아는 그 노력들로 그 과정을 지나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마침표 바로 앞까지 와줘서 고마워.


사실 나는 네가 포기하지 않길 바랐어.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걸 얻고, 그 경험과 자부심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단단한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했어.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사실 두려웠어. 네가 포기하면 계속 그 자책감, 부채감, 열등감으로 살아갈까 봐. 극복해주고, 나아가 주고, 참아주고, 울면서도 또 한 발짝 내디뎌줘서 고마워.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절대 그 터널을 지나오지 못했을 거라 확신해.


그래 사실 박사학위 별거 아니지. 어쩌면 다른 누군가도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였으면 해냈을 것이지. 하지만 그 노력과 시간이 별거 아닌 건 아니야. 얼마나 많은 한계를 지났니. 정말 많은 한계가 있었어....ㅋ 그렇게 한계를 마주하고 넘었던 경험들. 소중한 경험이야.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건 보면 감사할 일이지. 말하다 보니 꼰대스럽다. 미안해. 내가 좀 그렇잖아.


억지로 논문을 써내려고 억지로 디펜스를 준비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지금까지도 너무 잘해왔고, 나는 또 네가 해야 할 때가 오면 준비를 잘할 거라 생각해. 그러니 너무 압박 갖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즐겨.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 그래도 너는 잘할 년이야. 지금까지 이렇게 잘해왔는데, 그게 당장 어디 가지 않아. 너를 더 믿어. 너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 찌그러진 채로 있지 말고. 쫙쫙 펴지는 거야. 물론 만 원짜리가 찌르러 졌다고 천원이 되는 건 아니듯, 네가 찌그러졌다고 가치가 줄어드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쫙쫙 펴자.


오늘 햇빛 쐬러 산책 간 건 정말 잘한 거야. 아주아주아주아~주 잘했어. 정말 잘했어. 정말 정말!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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