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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인A Dec 08. 2022

육아12. 16개월 터울 둘째가 생겼다.

좋은데 막막하고 막막한데 좋다

둘째라니


첫째가 7개월이었다. 유난히 평화로운 한 달이었다.

둘째 임신을 알게 되었다.


감정이 복잡하다. 좋은데 막막하다.

당장 내년에 어느 국가에서 무엇을 하며 살 지도 모르는데 둘째라니. 솔직히 멘탈이 털렸다.

생기면 감사하게 낳는다는 생각은 했지만 모유수유를 하기도 해서 이렇게 바로 생길 줄은 몰랐다.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아기가 찾아온 게 감사한 일이란 생각이 들지만, 솔직히 당황스럽다. 16개월 터울 예정이었다.


입덧으로 속이 미식거린다. 기저귀를 갈다가 토하면 어쩌지. 우리집 아기는 보통 하루에 응가를 4번 한다. 잘 먹고 잘 싸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솔직히 아기가 응가하려고 힘을 주는 모습이 공포스럽다. 아기 똥도 똥이다.



친정엄마의 반응


친정엄마에게 둘째 소식을 알렸더니 엄마는 어떻게 첫째가 이렇게 어린데 애기를 또 낳냐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긴데 나의 친정엄마는 아이를 지운 적이 있었다.

첫째가 7개월이던 무렵 둘째가 생긴 걸 알았고, 처음 사는 동네에서, 그것도 시댁에서 시집살이를 견디고 살면서, 연년생으로 태어날 둘째까지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던 엄마는 아빠와 같이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웠다고 한다.


나도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낳으면 낳는 거고 오히려 육아기간이 굵고 짧게 빨리 끝나서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더니, 엄마는 나에게 용기 있다고 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을 닫았다. 그나마 있던 내 안의 용기가 사라져 버릴까 봐.



연년생 육아는 쌍둥이 육아보다 힘들다는 걱정


미국에선 18개월 이하로 터울이 나는 경우를 back-to-back pregnancy라고 한다. 출산에서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다시 임신을 하는 경우라 엄마의 몸에 많은 무리가 가고 산모에게도 태아에게도 충분한 영양공급이 어려워 의학적으로 좋지 못하다.


일을 하려고 스타벅스에 왔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연신 back-to-back pregnancy에 대해 구글링을 해본다. 그러던 중 한 엄마가 운동 후 땀이 흥건한 채로 아이 둘과 함께 카페에 왔다. 엄마는 숨을 돌렸고 두 개의 유모차를 병렬식으로 연결한 유모차에는 두 아이가 그런 엄마를 보고 있었다.


용기를 내서 아이들이 몇 개월이냐고 물었다. 첫째는 17개월쯤, 둘째는 태어난 지 1-2달 되었다고 했다. 그녀도 back-to-back pregnancy를 경험했다. 그녀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임신을 알았을 때 똑같이 멘탈이 털렸었고 계속 구글링을 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Believe me. It is challenging but doable. Definitely doable."

(내 말 믿어. 힘들겠지만 할만한 일이야. 할 수 있고 말고)


"Worries do not help anything. It already happened. You will find a way."

(걱정은 도움이 안돼. 이미 임신이 됐고 넌 방법을 찾게 될 거야)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하는 무서운 말들(예: 연년생은 쌍둥이 육아보다 힘들다던데), 스스로 하는 걱정들, 그런 건 다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아기는 생겼고 지울게 아니라면 낳아 키워야 하는데, 그럴 거면 도움이 되는 생각을 하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본인에겐 아이 둘과 매일 조깅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무조건 외출을 해야 한다고.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웬만하면 달리기를 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이 비싸고 튼튼한 쌍둥이 유모차를 샀다고.


그녀는 곧 스타벅스를 떠났지만 그녀의 말은 계속 내 마음속에 남았다.


괜찮다. 할 수 있다. 나는 방법을 찾게 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알고 멘탈이 털린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아이가 이 시점에 내 삶에 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아이가 큰 축복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7개월 동안 엄마가 되어 너무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행복했던 것처럼

이 새로운 아이도 나에게 좋은 변화를 가져와주길 믿고, 또 바란다.


휴.

심호흡을 해보자.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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