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인A Oct 10. 2022

임신8. 길에서 울다

바닥을 찍었다. 

임신 23주 즈음. 코로나 사태가 괜찮아져 사람들이 오피스 출근을 시작했다. 

나도 보스턴으로 거처를 옮기고 오피스로 출근했다. 

출산 전까지 3개월 동안 남편은 오하이오에서 나는 보스턴에서 혼자 살기로 했다.


 



나는 임신을 알기 몇 달 전, 하버드에 취직했다. 

내가 꿈꾸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듣던 대로 이곳의 연구진과 연구환경은 가히 최고였다. 



저녁을 먹고 혼자 Porter 역에서 Harvard square까지 이어진 길을 산책했다. 

노을 진 하버드 스퀘어는 너무 예뻤다. 

지나치게 예뻐 현실감이 없었다. 

이 동네에 반했다. 


그리고 갑자기 실감 났다. 

아이를 갖기로 한 선택으로 인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내가 살고 싶던 동네, 일하고 싶던 근무환경. 


아이를 갖는 것이 더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막상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니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길에서 한참을 울었다.









한참을 울다가 진정이 되니 배가 고팠다.

돌아오는 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스스로 바닥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힘이 났다. 

(울고 나면 단 걸 먹자)

3개월이라도 허락된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감정의 롤러코스터)


에잇

3개월 뽕뽑자!

작가의 이전글 임신7. 너는 왜 아이를 갖기로 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