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대부분은 전화로 만나지만 지금 일하는 팀은 전화로 취재한 사례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방송을 결정한다.
서울이든 제주도든,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도 가 본 적도 없는 오지든 섬이든. 사례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아이템이 급하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도 간다. 일요일 오후 1시, 약속 시간을 착각해 30분 늦는다는 담당 피디를 기다리느라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답사를 가기 위해서다.
이 팀에 대한 애정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 때는 답사 가는 게 즐거웠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은 많은데 늘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다니는 곳만 다니다 죽으면 얼마나 억울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평생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즐겁고 설레기까지 했다.
그러나 팀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면서 이 모든 과정이 너무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 돼 버렸다. 내 실력이 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소리를 들을까 말까인데 굳이 주말까지 일을 해야 할까, 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진짜 주말엔 안 가고 싶었는데....
아, 하루빨리 이 팀에서 탈출하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