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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Dec 14. 2023

도깨비를 찾아서

2023.08.12.토요일

밴쿠버 공항에서 생긴 일. 지금까지 나는 공항 검색대에서 뭐가 걸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밴쿠버 공항 검색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런데 결론은 어이 없게도 그들의 판단 착오. 내 트렁크를 열어보더니 100미리 로션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하고 닫는다. 우씨. 그 다음 노트북을 살펴보더니 역시 이번에도 어깨를 으쓱하고 돌려준다. 뭐니뭐니. 여러 사람들의 짐이 뒤섞여서 검색대를 통과했기 때문에 누구의 짐인지 사람을 보고 골라낸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운이 없던 것 같다.


게이트 앞에 도착하니 나이트 비행기라 사람들이 게이트 앞에서 편한 신발로 갈아신고 아이들은 잠옷 비스므레한 것을 입고 있다. 나도 가져간 슬리퍼로 갈아신고 탑승시간을 기다렸다. 동네 마실 나갈 때 신는 슬리퍼다. 후후.



비행기에 타서 잠이 안오면 어쩌지 싶었는데 웬걸 이륙을 기다리다가 졸았는데 벌써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사실 잠이 안올까봐 좌석화면에서 영화 '인셉션'을 영어 자막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건 그냥 기억조차 없다. 하지만 푹 잤다는 것은 아니고 앉아 있으려니까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파서 자꾸 뒤척였다. 그래도 6시간 정도 되는 비행시간을 길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졸다깨다 했다.

비행기는 토론토를 경유하는데 한시간 반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괜찮겠다 싶었다. 같은 캐나다 항공이라 좌석화면으로 연결편의 게이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찍어 두었으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공항에 착륙하자마자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니까 어플로 연결편 게이트를 알려준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캐나다 항공 어플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놈의 비행기가 도착하고 나서도 연결하고 사람들이 내리는데 엄청 꾸물거려서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30분 정도 남았다. 처음 가는 공항이라 걱정이 되었으나 타야할 비행기의 게이트가 내리는 게이트의 바로 옆이다. 게이트 앞 화장실에 가서 옷도 갈아입었다. 잠옷 모드에서 관광객 모드로 전환 완료!


연결편 비행기는 1시간 30분 정도만 가는 거라서 작은 비행기다. 그런데 내 자리에 어떤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내가 당황하니까 자기 아내가 바로 앞자리의 같은 위치(가운데자리)인데 자리를 바꾸어 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 부부가 자리를 나란히 확보하지 못했구나. 좋다고 했다. 그래서 앞자리 가운데에 앉아 있는데 이번에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엄마가 오더니 나를 가운데에 두고 자기랑 자기 아이의 자리가 있다면서 혹시 바꾸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래. 그래서 나는 본의 아니게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가운데에는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 숙녀가 앉았고 2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은 엄마가 안고 탔다.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테이블을 펼치고 색칠공부를 꺼내준다. 아이들이 신나게 색칠 놀이를 한다. 중간에 꼬마숙녀가 색연필(무성싸인펜인듯)의 뚜껑을 잘 닫지 못해서 낑낑 대길래 도와 주었다. 그리고 슬쩍 색연필을 꺼내고 넣는걸 도와주었다. 아들 챙기랴 딸 챙기랴. 엄마 눈에 다크 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와 있었다. 꼬마숙녀는 핑크를 좋아하나본데 마침 내 점퍼가 비슷한 색깔이라 자기가 색칠한 부분과 내 점퍼를 비교하면서 좋아라 한다. 귀여워!!! 그렇게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1시간 30분의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아이 엄마는 졸다가 깨다가 하면서 정신이 없다가 내릴 때쯤 정신을 차렸다. 자기는 퀘백에 10년 이상 살았단다. 그리고 숙소는 어디냐, 올드 퀘백에서는 어디, 어디를 꼭 가봐라(내가 이미 다 조사해둔 곳)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퀘백 공항에 도착하여 꼬마들과 작별하고 공항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약간 당황. 여기 버스는 여기 교통카드를 구입하거나 현금을 내야 하고 현금은 당연히 잔돈을 거슬러 주지 않는다. 내가 그동안 밴쿠버에 너무 익숙해 있었다. 밴쿠버의 교통카드도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은 캐나다 채크카드의 교통기능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저번에 어느 한국 학생의 신용카드의 교통기능이 먹히지 않아서 내걸로 도와준 적이 있다. 나는 여기도 캐나다 채크카드의 교통카드 기능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미리 검색하지 않은 나의 실수. 사실 모든 해외 여행은 어마어마한 검색을 통해 가능하다. 그게 나의 여행 노하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방심했다. 일단 현금으로 내야겠다고 판단. 그런데 3.75불을 내야 하는데 작은 잔돈이 부족하다. 결국 4불을 냈다. 시내에 가면 교통카드를 사거나 잔돈을 만들어야겠다. 

버스로 한시간 정도 가는 사이에 퀘백 대중교통을 검색했다. 1일권, 7일권 등이 있다. 어찌 보면 1일권을 구입하는게 나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용 횟수가 2회라면 그냥 현금 박치기가 낫다. 오늘 나는 시내에 도착하면 걸어 다닐 것이므로 1일권이 필요없다. 내일은 버스 2회 이용 예정. 모레는 아예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론은? 잔돈을 만들어라. 



공항에서 탄 버스는 시내의 입구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버스를 한번 더 타거나 걸어가면 내 숙소다. 이번에도 숙소는 시내. 나는 정말 숙소 하나는 잘 잡는다. 자화자찬.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20분 정도 거리이니까 당연히 걸어야지. 그러나 곧 후회했다. 윽. 오르막이다. 길만 확인하고 고도는 채크하지 않았다. 트렁크를 끌고 오르막을 오르려니까 죽을 맛이다. 

낑낑 대면서 숙소에 도착해서 채크인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채크인 시간이 아니라 방에는 못 들어가고 짐만 맡기고 나왔다. 

숙소의 바로 아랫길이 번화가다. 거기서부터 성당으로 가는 길에 평점이 높은 식당을 발견했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자. 맛있는 연어 브런치에 에일 맥주를 곁들였다. 내가 맥주를 시키자 센스 있는 직원이 맥주 몇 가지를 잔에 담아와서 어느 것이 좋은지 고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브런치도 너무 훌륭하다. 내가 좋아하는 훈제연어도 맛있지만 그 외에 수란도 기가 막히다. 아주 맛있었다.




맛있는 식사 후 바로 옆의 퀘백 성당에 갔다. 역시 성당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러나 유럽과는 다른 느낌이다. 중후한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그냥 예쁜 아름다움이다. 종류가 다르다. 성당의 한쪽에 기도하는 장소가 있다. 사람들이 다들 기도하고 소원을 종이에 적어서 던져 놓는다. 나도 기도를 했다. 검찰 독재로 인해 엉망진창 망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여 부디 우리 나라가 침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도했다. 




다음은 드라마 도깨비의 성지 순례를 했다. 도깨비에 등장한 근사한 호텔에 갔다. 우선 그 주변을 삥 돌아 사진을 찍었다. 워낙 커서 전체를 담으려면 멀리 한바퀴 돌아야 한다. 그리고 호텔에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했다. 호텔 로비는 엄청 나게 북적거렸으나 화장실 이용은 자유로웠다. 화려한 호텔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어휴 정신없어.

호텔에서 나와 드라마 도깨비의 엔딩신에 나온 그 유명한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까지 가볍게 올라가서 호텔과 강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호텔이 없이 강만 흐르고 있다면 이렇게 멋진 경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누워서 한참 동안 쉬었다. 누워 있으려니까 살살 졸음이 온다. 역시 밤이동은 힘들다. 

언덕에서 내려와 숙소로 향하면서 번화한 거리를 구경했다. 사람들로 드글드글한 곳에 가보니까 유명한 벽화가 있는 곳이다. 그럭저럭 이 동네 한바퀴는 다 돈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왔다. 침대는 요청한대로 아래칸에 배정받았다. 우선 간단히 씻고 숙소를 탐험했다. 세탁실과 공용 공간을 확인한 후 방으로 돌아와서 낮잠을 잤다. 보통은 나는 낮잠을 자는 성격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밤 비행기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한바탕 낮잠을 자고 일어나 일몰을 보려고 다시 나왔다. 내가 검색한 바에 따르면 여기서 페리를 타면 건너편에 10분정면 도착하는데 거기서 보는 일몰이 멋지다고 했다. 그래서 배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갔더니, 세상에나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다. 그래도 배가 커서 그런지 줄은 금방 줄어들었다. 

배가 출발하고 나니까 슬슬 해가 지고 있다. 그러나 이게 무슨... 해가 지는 방향으로는 무언가 커다란 구조물이 시야를 가리고 있다. 지도로 확인해보니까 무슨 공장인거 같다. 게다가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일몰은 기대 이하였다. 대신 해가 지면서 서서히 올드 퀘백의 불빛이 빛나면서 야경이 기대된다. 건너편에는 정말 금방 도착했다. 배값이 약 8000원 했는데 그거에 비하면 너무 짧다. 

배에서 내리니까 시선을 끄는 것은 관람차. 아까 건너편에서 반짝반짝 관람차가 있어서 무슨 놀이동산이 있나 했는데 그냥 관람차만 하나 덩그러니 있다. 그런데 오픈형이라 시원해 보인다. 5000원. 그래. 타자. 참고로 나는 놀이기구를 몹시 좋아한다. 타고 나니까 본전을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세지 않았지만 6바퀴 정도 돈 것 같은데 영상도 찍고 주변 경치도 보고 아주 잘 즐겼다. 물론 오픈된 관람차라서 높은 곳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 있다. 나는 좋아.

관람차에서 내려와 그 옆의 분수대에서 노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분수대는 역시 아이들 차지다. 슬슬 산책을 하고 다시 배를 타고 올드퀘백으로 돌아왔다. 역시 예상대로 야경이 끝내준다. 


밤에도 관광객들도 거리는 넘쳐난다. 오늘은 토요일. 게다가 한여름. 빅시즌이다. 거리의 공연도 많고 밤 늦도록 식당은 엄청나게 붐비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국말도 들린다. 나도 놀러온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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