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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Feb 15. 2024

Perfect timing 휘슬러3

2023.09.04.월요일

오늘도 7시에 일어나서 내려와 카페에서 간단히 커피와 빵을 먹었다. 우리는 숙소 인근의 어제 점찍어 둔 하이킹 코스를 살짝 다녀 오기로 했다. 밖에 나와보니까 날씨가 역시 춥다. 잠깐 다시 들어와서 옷을 더 챙겨입고 나왔다. 어제 걸었던 강을 끼고 이번에는 아래쪽의 길을 걷는다.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니까 아랫쪽에도 다리가 있어서 거기까지 갔다가 와서 채크아웃을 하면 딱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역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 들어가니까 강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고 강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강을 따라 걷다가 멋들어진 폭포를 만났다. 그래. 이거야. 우리는 신나서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었다. 너무 좋다. 여기는 어제 거기랑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어제 카약 하던 사람들이 다리 근처에서 카약에서 내려서 주차장으로 올라온 이유를 알겠다. 여기 오면 그들은 큰일이다.

한참동안 폭포 구경을 하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도 멋진 풍경들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어제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어제는 좀 비슷비슷한 풍경이었는데 이번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풍경이다. 폭포도 있고 나무들이 쓰러져서 덮고 있는 곳도 있다. 나무가 걸쳐진 곳부터 하여튼간 다양하다. 





그런데 앞서 걷던 L이 갑자기 멈추어 서서 뒤를 도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곰이다.' 뭐라고? 나는 처음에는 그녀가 본 것이 나무등걸인 줄 알고 그건 곰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그 나무등걸 앞으로 검은 물체가 일어났다. 곰이다. 검은 곰. 곰이 무엇을 먹고 있다. 우리는 약간 높은 지대에 있고 곰은 아래쪽에 있고 거리는 약 50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순간 다리가 후달거렸다. L과 나는 바로 뒷걸음질을 치고 나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왔다. 그녀가 간혹 뒤를 돌아보면서 곰은 따라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하기 어려웠다. 한참 되돌아온 후에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리면서 내 손 떨리는거 봐, 나 소름 돋은 거 봐 하다가 웃었다. 와.. 우리가 곰을 봤어. 사진을 찍을껄... 아냐, 그러면 위험했을거야. 우리 기억에 있으니까 괜찮아. 뭐 이러면서 횡설수설했다. 잠시 진정하고 다시 왔던 길을 짚어 나오면서 아까 우리가 올 때 보았던 어떤 여성 하이커가 곰경고용 종을 달고 다니던 것을 이야기했다. 그래. 우리에게도 그게 필요했어. 

돌아오는 길에 아까 보았던 그 폭포에서 어떤 남자가 산악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고 있길래 우리는 약간 흥분해서 곰이 있다, 조심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시큰둥하더니 여기는 곰이 어디나 있다고 한다. 응? 그래? 알았어. 우리는 여기 곰이 어디나 있다는게 맞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오면서 L은 우리가 목표했던 다리까지 갔다면 시간이 부족했을 거라면서 곰이 우리를 도운 거라고 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곰이 나타나서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그래. 맞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우리는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라서 예상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았어야 했다. 어쩌면 곰이 우리를 도운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지만.. 어쨌든 곰을 보았다. 오...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채크아웃을 하고 버스를 타고 휘슬러 시내로 나왔다. 어제 점찍어 두었던 선물가게에 가서 몇 가지 물건을 더 사고 밴쿠버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는 곳으로 왔다. 날씨는 흐렸다가 개었다가 한다. 역시 오늘도 산에서 전망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의 기가막힌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완벽한 타이밍. 행운. 우리는 이 여행이 너무 좋았다고 서로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오른쪽에 앉아서 멋진 뷰를 보면서 밴쿠버로 돌아왔다. 

추운 날씨에 한참 다녀서 우리는 따끈한 국물이 필요하다면서 밴쿠버에 도착하면 같이 학원 근처의 일본라멘집에 가서 라멘 한그릇 때리고 집에 가기로 했다. 채식주의자인 L이 먹을 수 있는 채식라멘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라면을 먹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기막힌 운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영어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내일부터 L은 문법 교실이 나와 달라진다. 잘 가. L이 없으면 나는 너무 허전할 것 같다. 나는 내일부터 읽기쓰기 반이 달라진다. L은 나의 읽기쓰기 반에 전에 함께 린 캐년에 갔던 친구들이 있다면서 걱정말란다. 그래. 고마워. 친구.




L과 헤어져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씻고 빨래를 돌렸다. 그리고 요리재료들을 사다가 한바탕 요리도 했다. 이제 내일부터는 새로운 한달이 시작된다. 많은 것이 달라진 한달이 시작된다. 이번 휘슬러 여행의 기막힌 운처럼 나의 공부운도 좋았으면 좋겠다. 아, 휘슬러. 완벽한 타이밍!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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