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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31. 2024

영어로 시를 써 볼까?

2023.09.19.화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새로운 학생들이 4명이나 왔다. 브라질 사람, 한국 사람 그리고 일본 사람이 2명이다. 새로운 학생들의 신상을 파악한 후 교사 S는 진도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 우리가 본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 했다. 그런데 다들 어제 본 시험 결과가 별로 좋지가 않다면서 아마도 그들이 그저께 술을 많이 마셨다보다고 농담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20문제 중에서 4개나 틀렸다. 맥락을 파악 못해서 2개가 틀렸고 불규칙 변화를 까먹어서 2개가 틀렸다. 에휴...

어제 배운 최상급에 대한 연습문제를 풀었다. 어떤 문제에서는 이스탄불, 멕시코시티, 서울, 토론토를 비교하는 것도 있었다. 이 네 도시 중에서 서울이 가장 작고 여름에는 가장 덥고 습하다. 서울과 다른 도시들을 비교하니까 재밌다. 틀린 내용을 찾아 고치는 문제를 마지막으로 풀었는데 교사 S가 나에게 전체를 다 맡겨서 진땀빼면서 읽었다. 다행히 다 찾아서 고쳤다. 이쯤되면 선배 체면이 좀 선다.

교사 S는 내일부터 3일간 보강 교사가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교사들 회의가 있어서 그것을 준비해야 한단다. 그는 이 학원의 중간 관리자이기 때문에 매우 바쁘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주 월요일에 레벨 테스트가 있다. 이번에는 교재 전체가 범위란다. 윽! 준비해야겠다. 이번에는 레벨 업해야지.




듣기 수업

이번에도 듣기 활동 전에 단어 점검을 했다. 그런대로 아는 단어가 많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역시 모르는 단어도 있고 헛갈리는 단어도 있다. enthusiastic 열광적인, relieve 완화시키다, potential 잠재적인, reduce 줄이다, prevent 막다. 이런 단어들은 다른 의미와 혼동되는 것들이다.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하자. 듣기 활동에서는 여전히 다들 우왕좌왕했다. 알듯 말듯한 내용이 많다. 역시 듣기는 참 어렵다. 다들 고개를 저으면서 어렵다고 했다. 




읽기와 쓰기 수업

오늘은 어제 돌려가면서 썼던 내용을 한 명씩 읽었다. 좀 이상한 내용도 있고 재밌는 내용도 있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어서 쓴 내용 치고는 제법 이야기거리가 되는 것이 많다. 신기하다. 이번에는 자기 스토리를 수정 보완해서 다시 쓰란다. 절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좀더 보강하고 결말도 적절하게 손보란다. 그리고 문법적인 부분도 점검해서 고치란다. 나의 경우에는 글씨를 도저히 못알아먹겠는 내용과 결말, 문법 등을 손보았다. 

그런데 이 보강 교사의 수업 방식에 다들 조금씩 불만이 있다. 지금쯤 읽기 단원 하나를 나가야 하는데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잔뜩 쓰기 활동만 시킨다. 다음 주에 레벨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읽기 단원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많이 곤란하다. 음! 어떤 수업 방식은 재밌지만 나가야할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점심시간

밥을 먹으면서 이번 주에 떠나는 친구들의 여행 준비 이야기, 짐 싸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공부를 마치고 자신의 나라(브라질)로 귀국하기 전에 토론토로 여행가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고향 친구가 토론토에 살고 있어서 거기서 묵기로 했단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그 친구가 어제 브라질로 귀국했단다. 자기는 이제 어쩌냐고 한다. 정말 어쩌냐.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밥 먹고 나서 이번에도 게임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몸을 쓰는 게임이다. 5명이 한 팀이 되어 일렬로 섰다. 제일 끝 사람이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그 앞사람과 마주 보고 머리를 맞대로 손을 맞잡으면 다른 팀원이 티셔츠를 뒤집어 가면서 다음 사람에게 입힌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해? 싶었는데 가능하다.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우리팀이 졌다. 우리팀은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양인들이었고 상대팀은 멕시코, 브라질 등 서양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현재 입고 있는 옷이 아주 참 간단하다. 반면 우리는 다들 추워서 겹겹이 껴입고 있다. 당연히 가벼운 옷을 입은 저쪽 팀이 옷을 벗어넘기기에 유리하다. 어쨌든 승부보다는 한바탕 몸을 쓰고 협동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걸로 충분하다. 




회화 수업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이 교사는 마음에 든다. 말을 알아듣기 쉽게 해서 좋다. 그리고 어제 걷어갔던 우리의 발표 노트에도 메모를 달아서 돌려주었다. 나는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 히히. 기분이 좋다.

오늘도 나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라의 언어와 나라명이 같지 않은 나라들이 많다. 서로 매칭시키는 것을 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많이 혼동하고 있다. 동양 친구들은 브라질과 멕시코를 많이 혼동한다. 브라질은 포르투칼어를 사용하고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멕시코는 남미가 아니라 북미에 위치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510개의 원주민어가 있지만 영어가 공용어란다. 여러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큰 나라, 제일 작은 나라, 더운 나라, 추운 나라 등을 대화하다보니까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보충 수업

한국친구 E가 교사에게 질문을 했다. 며칠 전에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서 총기사건이 있었는데 캐나다는 안전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질문이었다. 교사 M은 그 사건을 안다면서 그것은 마약상들끼리 일어난 사건이고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밴쿠버나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에서 골치를 앓고 있는 약물 중독, 홈리스 등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이 문제를 더 방치하면 안될 텐데 큰일이라고 걱정을 했다.

교사가 제시한 오늘의 토픽은 가을이다. 가을에 대한 여러 단어와 표현을 배웠다. Farmers-harvesting theier crops, Bear-catching salmon, Salmon-returning to the rivers, A woman-sweeping leaves 등등... 받아서 쓰다보니까 시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교사가 나눠준 종이에 가을에 대한 시가 적혀있다. 오! 감성 풍부! 시는 4줄짜리로 아주 간단하다. 

'Autumn Winds' 

Autumn winds begin to blow,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

Colored leaves fall fast and slow, 색깔이 변한 잎들이 빠르게 천천히 떨어지네

Whirling, twirling all around, 휘리릭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Till at last they touch the ground. 마침내 그들은 땅에 닿았네

대충 시적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교사는 우리에게 이 시를 한 구절씩 외우게 해서 낭송하게 했다. 시는 역시 낭송의 맛이 있어야지. 교사 M은 가을에는 사람들의 감성이 좀 슬퍼지기도 해서 이럴 때는 시를 읽는게 좋다고 한다. 나는 아까 가을에 대한 단어들을 보면서 시를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다. 그러면 영시 쓰기 도전?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으로 오는데 비가 온다. 날씨가 초겨울 기온이다. 도서관에 와서 밋업의 글쓰기 모임 장소로 갔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근처에서 공부를 할 생각이다. 우선 아까 자극을 받은 영시쓰기에 도전해 보았다. 글쓰기 모임에 제시할 간단한 동화도 있지만 미완성이라 시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동시를 한 편 써 보았다. 

Autumn Leaves

The leaves are changing color. 잎들은 색깔이 변하네

The trees are wearing new clothes. 나무들은 새 옷을 입네

The mountains are falling in autumn. 산들은 가을에 빠지네

A woman is sweeping fallen leaves. 여자가 떨어진 잎들을 모으네

단어 실력이 짧아서 유사 발음을 이용한 운율감은 살리지 못하겠고 나름 잎, 나무, 산으로 시야가 넓어지다가 다시 잎으로 귀결되는 말장난을 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밋업 어플을 켜서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는데 앗! 모임이 오늘이 아니라 다음주 화요일이다. 덜렁대는 나는 화요일이라는 것만 주목해서 보았고 날짜를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다른 장소에서 하는 것이었으면 헛걸음할 뻔했다. 그나마 도서관이라서 참 다행이다. 어차피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온 거니까 공부나 계속하자. 문법 복습을 열나게 했다. 전체가 범위니까 처음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자. 



집에 오는 길에 김밥 재료를 사 왔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작별하는 친구들과 점심 시간에 포트럭 파티를 할 것이다. 각자 자기 나라의 음식을 싸와서 나눠먹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주먹밥을 여러번 싸왔으니까 이번에는 새롭게 김밥을 싸갈 생각이다. 아직 2일이나 남았지만 내일 밋업 모임 다녀오면 저녁에 준비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오늘 속재료를 준비해두려고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기숙사의 우리 식구들에게 김밥을 싸 줄 생각이다. 어쩌면 이게 우리 식구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 같다. 그 생각만 하면 벌써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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