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Apr 11. 2024

캐나다에서 소맥

2023.09.24.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미국 친구의 요리가 완성되었다. 그녀는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다. 아침 인사를 나누고 슬쩍 보니까 밥을 아주 많이 했다. 그녀는 자신이 양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밥을 많이 했단다. 그래? 그러면 내가 먹어주지. 닭고기 요리를 맛보니까 아주 맛있다. 더블치즈, 블랙빈, 닭고기 그밖에 다양한 향신료들이 들어갔단다. 치즈가 잔뜩 들어가서 많이 느끼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다. 내 입맛은 서양식이다. 내가 아주 맛있게 먹으니까 그녀는 신나서 요리 과정을 설명해준다. 하지만 영어 원어민의 말은 역시 내게는 너무 장벽이 높다. 내 표정을 보더니 그녀는 레시피를 메모해서 보여준다. 땡큐!! 읽어보니까 생각보다 간단하다. 쿠커에다가 모든 재료를 때려넣고 끓이면 된다. 오직 시간과 인내심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곰탕이 생각나서 짧은 영어로 곰탕을 설명해주었다. 잘 설명하지는 못한 것 같다. 윽! 좀더 공부해서 말해주어야겠다.



미국식 아침을 잘 얻어먹고 오전에는 열나게 문법 공부를 했다. 그리고 쓰기 숙제도 했다. 에휴!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줄은 몰랐다. 고3때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서울대를 갔겠다. 그런데 비가 와서 그런지 방이 너무 춥다. 아직 난방을 할 시기는 아니지만 나는 춥다. 여기는 지금 길거리에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닌다. 반팔을 입고 배꼽을 드러내고 다니는 사람부터 얇은 패딩을 입고 다니는 사람까지 다채롭다. 너희들은 아직 더울지 몰라도 나는 춥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 상태로 차가운 날씨를 견뎌야 할 텐데 이러다가 감기에 걸릴 것 같다. 벌써 몸이 으슬으슬 춥고 온몸이 뻐근하다.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월마트에 가서 간이 난방이 가능한 탁상용 히터를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집에서 입을 따뜻한 가운도 사가지고 왔다. 가운은 오직 내가 아주 좋아하는 파란색이라서 샀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 


저녁에는 옆방의 미국 친구 M과 일본 친구 A와 함께 밥 먹으러 나갔다. 지난번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 친구 A가 떠나기 전에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가자고 약속을 했었다. 오늘이 그날이다. 미국 친구에게는 알러지가 있어서 못 먹는 음식이 있단다. 좀 복잡하던데 특정 곡물(밀)에 대한 알러지라고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알러지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매우 한정적이란다. 그녀에게 식당을 고르라고 했다. 그게 안전할 것이다. 

그녀는 우리 집에서 세블럭 떨어진 곳의 식당으로 안내했다. 동양식과 서양식이 혼합된 퓨전 레스토랑이다.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골랐다. 그리고 일본 친구와 나는 한 잔 하려고 술도 시켰다. 미국 친구는 미성년자인 18세라서 술을 마실 수 없단다. 대신 그녀는 음료수를 시켰다. 여기 메뉴판에 한국의 소주가 적혀있다. 게다가 일본 친구가 소맥을 마셔보았는데 아주 좋았다고 해서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소맥과 음료수로 짜안 하고 건배를 했다. 일본친구는 소주만 먹으면 쓰지만 이렇게 맥주랑 섞으면 맛있다고 좋아한다. 캐나다에서 소맥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다. 

음식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밥이 적절하게 고슬고슬했고 고기도 맛있었다. 반찬이 별로 다양하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해외에서는 사실 우리나라식의 반찬을 기대하면 안된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솔직히 나는 잘 알아듣지는 못했다. 이곳 식당의 분위기 얘기, 학교의 수업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얘기, 아침에 먹은 미국식 닭고기 요리 얘기 등을 나누었다. 대략적인 윤곽만 겨우 파악했다. 처음 미국 친구를 만났을 때는 10%도 못알아들었는데 이제는 20% 정도는 알아듣는다. 그거라도 어디냐. 나의 목표는 내가 떠나기 전에 이 친구의 말을 50%까지 알아듣는 것이다. 그때까지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