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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13. 2024

3달이 지났구나

2023.09.25.월요일

문법 수업

오늘 새로 온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도 시험을 보란다. 처음 온 학생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보통은 월요일 1교시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의 첫 문법 수업은 화요일이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오리엔테이션이 없단다. 오자마자 시험지를 받다니 불쌍하다. 게다가 문법 시험은 역시나 어렵다. 열심히 준비했건만 자신없는 문제가 15개가 넘는다. 50문제 중에서 40개를 맞아야 레벨 up이 된다. 물론 교사 S는 나에게 3달이 넘었으므로 레벨 up이라고 말했지만 점수가 통과되어야 가능하다. 시험 결과는 내일 우리가 채점해야 알 수 있다. 그런데 내일은 보강교사가 온단다. 이번 주에도 S는 바쁘다. 



듣기 수업

교사 W가 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다들 어리둥절해한다. 오늘 단어시험이 예고되어 있었는데 보강교사는 오늘 단어시험은 없단다. 다들 무슨 일로 W가 오지 않았는지 몰라도 시험이 없다니까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보강교사는 새로운 단원의 진도를 나갔다. 그런데 앗! 여기는 바로 내가 처음 왔을 때 진도를 나간 바로 그 단원이다. 그렇구나. 딱 3달이 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반복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나의 첫번째 메모가 보인다. 첫날 숙제를 집에서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5번 읽고 겨우 숙제를 했었다. 그때가 생각난다. 멘붕의 첫날, 첫번째 주에 느낀 절망감...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다. 감회가 새롭다.

어쨌든 오늘은 그때 배우지 못했던 단어 부분을 배웠다. 역시 처음 접하는 단어들이 있다. 




읽기와 쓰기 수업

나의 불길한 예감이 맞는 것 같다. 이 보강교사가 이대로 수업을 계속 맡는 것 같다. 에휴... 내일이 읽기 시험인데 그동안 읽기 단원의 진도를 나가지 않더니만 오늘 갑자기 새로운 스토리를 읽는다. 그리고 내일 시험 범위가 전에 배웠던 글과 오늘 읽은 글, 두 가지란다. 안그래도 다른 반에서는 새로운 스토리를 다 배웠는데 우리는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고 걱정했는데 딱 걱정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니까 보강교사는 그동안 이 새로운 스토리를, 원래 담당교사가 오면 진도 나가라고 미루어 두었던 것 같다. 오늘 딱 한번 읽고 내일 시험이란다. 화가 난다.

예전 레벨2에서는 읽기 시험은 단어의 의미, 품사, 내용 확인 문제 3가지 타입이었다. 여기는 레벨3니까 그것보다는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우리는 시험 범위의 절반만 제대로 배웠다. 오늘 진도를 나간 부분은 내용 파악만 그것도 허겁지겁했을 뿐이다. 교재의 내용 확인 문제를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필기도 못하고 읽어주기만 했다. 이래가지고 내일 시험을 보라고?  내일 어떤 종류의 시험 문제를 가지고 올까? 과연? 



점심 시간

L과 몇 명의 친구들이 없는 점심시간이다. 그래도 남은 친구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도 게임이 진행되었다. 오늘 상품은 선상파티 초대권이라니까 몇 명의 친구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늘 게임은 미로찾기 게임인데 팀원 중 한 명은 눈을 가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방향을 영어로 알려주어서 찾아나가는 것이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선 친구들 팀이 이겼다. 잘했다. 

게임이 끝나고 남아서 숙제를 열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법 교사 S가 오더니 나에게 내일 보강교사가 들어오면 채점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란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나보다. 학생들의 이름을 가리고 채점하도록 하고 나서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래. 알았다. 내가 그걸 영어로 잘 알려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해볼께.  



회화 수업

오늘은 second-hand vs new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고 제품과 새 제품에 대한 이야기다.  Have you ever bought a used car? 중고차를 산 적이 있냐? 나의 첫번째 차가 중고차였다. 처음이라 아무래도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중고차를 샀었지. 중고 제품을 사면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에 좋다. 좋은 건 알지만 그게 실천은 어렵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질문 중에 What is riskier buying a used house or a used car? 누군가 살던 집과 사용하던 차 중에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나는 당연히 사용하던 차라고 생각했다. 집은 자신이 직접 짓지 않은 한은 어차피 누군가 살던 집이 아닌가? 그런데 대만 친구가 누군가 살던 집이라면 집의 역사를 모르고 혹시 귀신이 있을 수도 있단다. 하하.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전에 보았던 공포 영화가 떠오른다. 윽! 하필이면 무서운 영화가 떠오르다니... 이따가 밤에는 잊어버리기를 바란다.



수업이 끝나고 1층에 내려가보니까 브라질 친구 L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지난 목요일에 학원이 끝났고 그 사이 토론토 여행을 마치고 어제 돌아왔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브라질로 떠난다. 떠나기 전에 우리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려고 왔다. 흐흑. 그동안 유보했던 L과의 작별 시간이 되었다.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의 토론토 여행 이야기도 듣고 사진도 구경했다. 그리고 다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작별을 아쉬워했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안부를 나누자고 했다.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도 가끔 화상 통화도 하잖다. 그래. 그러면 정말 더 좋지. 



대만 친구 W, T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나와 같은 건물의 같은 층에 산다. 그들의 집은 우리집의 맞은편에 있다. 그들의 열쇠를 친구가 빌려가서 오늘 나와 함께 들어가야 현관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단다. 그래서 아까 내가 내려오니까 몹시 좋아했구나. 그래, 같이 가자. 그들은 나에게 언제가 마지막 날이냐고 묻는다. 11월 셋째주라고 하니까 아직은 시간이 좀 있구나 하고 안심한다. 그들은 내년까지 여기에 있는단다. 요즘 너무 많은 친구들이 떠나는 것이 슬픈단다. 그래. 나도 슬퍼. 그들은 나와 함께 사는 미국 친구의 영어가 너무 빠르다고 한탄했다. 전에 우리 집에 그릇과 요리 도구를 빌리러 왔을 때 미국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무 빨라서 못알아 들었다고 한다. 같이 사는 나는 어떻겠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조금 나아져서 우리는 저녁도 함께 나가서 먹었다니까 부러워한다. 가끔 우리집에 와서 영어 듣기 훈련을 해야겠단다. 그래. 자주 놀러와. 친구들. 


집에 와서 읽기 시험 준비를 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용 파악을 한번 더 하고 내용 확인 문제를 다시 정리했다. 단어는 포기다. 그것까지는 못 외우겠다. 어차피 오늘 배운 내용은 단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냥 내용만 한번 더 확인했다. 정말 마지막 주라는 것이 확 느껴진다. 시험의 연속이다. 내가 정말 이 나이에 시험 공부를 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는 것에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솔직히 동의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암기력이 정말 많이 떨어진다. 대신 눈치는 늘어서 때려맞추는 데에는 유리해진다. 하.하. 내일 눈치의 최대치를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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