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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14. 2024

영어로 작가 데뷔?

2023.09.26.화요일

문법 수업

오늘은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교사 S가 하는 채점 방식을 알려주었다. 학생들에게 학생의 이름을 가리고 답안지를 나눠주고 교사가 답을 불러주면 답이 맞으면 채크 표시, 틀리면 정답을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교사는 알아듣고 학생들에게 설명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영어 설명을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은 학생이 있어서 틀린 답에 무엇이 정답인지 표시를 안하고 채점한 학생이 발생했다. 결국 보강교사는 칠판에 답을 쭈욱 적어주었다. 같은 방식인데 교사 S와 할 때는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신기하다. 아무래도 교사 S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설명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여러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래도 문법 시험의 채점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나는 레벨 업에 필요한 80%를 넘기지 못했다. 40문제를 맞아야 하는데 38문제를 맞았다. 76%다. 물론 교사 S가 오면 레벨 업을 하라고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중간 시험 결과가 좋았고 3달도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여기 있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아직도 교사의 설명 중에서 30%정도는 이해하지 못하는데 상위 레벨에서는 더 많이 놓칠 것 같다. 둘째, 아직도 시제, 형용사와 부사 등의 기본적인 문법을 제대로 적용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이런 것이 내 언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셋째, 지금까지 학생들의 평을 들어보면 교사 S가 가장 잘 가르친단다. 레벨 업을 한 여러 친구들이 새 문법 교사의 수업 방식에 불만을 말했다. 초기에 만난 일본 친구들도 교사의 리스크 때문에 레벨 업을 미루었었다. 물론 목요일에 교사 S가 오면 레벨 업을 하라고 할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레 헛물켜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지간에 시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속상하다.

 


듣기 수업

오늘도 교사 W가 오지 않았다. 보강교사는 오늘도 단어시험이 없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여기에 첫날 와서 수업을 들었던 그 페이지를 다시 배웠다. 그런데 어쩌냐! 어떤 단어는 살짝 낯설다. 듣기 방송을 듣고 문제를 푸는 부분에서는 엄청 긴 내용에 다들 멘붕이다. 그래. 나도 그랬어. 정말 엄청 당황했었지. 이제 내용을 알고 있어서 다소 여유롭게 들었다. 내 교재에 답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내 옆의 브라질 친구가 놀란다. 내가 메모한 날짜를 짚어주니까 이해를 한다. 그래. 이제 이 수업을 떠날 때가 되었어. 아마도 듣기 수업은 자동적으로 레벨 업이 될 것 같다. 



읽기와 쓰기 수업

어제 처음 읽은 스토리의 단어 연습 문제를 급하게 확인하고는 시험을 본단다. 시험지를 받아보니까 단어의 의미, 품사, 내용 확인이 모두 들어있다. 그러니까 2번째 스토리는 단어 공부도 없이 바로 시험만 본 것이다. 어휴... 그동안 여기 진도를 왜 안나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는지 학생의 절반이 결석을 했다.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시험을 보이콧할 껄 그랬다. 레벨 업이 필요한 학생들은 어쩌라는 걸까?




점심 시간

오늘도 밥을 먹고 나서 게임이 이어졌다. 동그란 고무줄에 실을 여러가닥 묶어서 팀원이 실을 각각 잡고 힘을 조절해서 컵을 옮겨서 쌓는 협동 게임을 했다. 헤헤.. 우리팀이 이겼다. 처음에는 좀 해메었는데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는지 다들 감을 잡고 힘조절을 침착하게 해서 이겼다. 역시 이기면 기분이 좋다. 



회화 수업

오늘도 쇼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고 싶은 물건을 알파벳 첫글자의 순서대로 적어보았다. Apple, Banana, Carrot 이런 식으로 쇼핑 리스트를 쓰는데 다른 팀과 겹치면 점수를 못 얻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형용사를 사용할 수 있다. Colourful shose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쇼핑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Apple pie, Banana bread, Colourful shose, Dark chocolat 등... 우리 팀이 20점을 얻었는데 다른 팀이 21점을 얻어서 아깝게 졌다. 그래도 재밌었다. 다른 팀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것을 찾느라 단어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보충수업

교사 M이 나의 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는 내 시를 타이핑해서 그림을 넣어 출력한 다음에 자기 집 앞의 낙엽으로 예쁘게 꾸며 주었다. 너무 근사한 작품이 만들어졌다. 너무 좋다. 그런데 교사 M이 나에게 이 시를 사진으로 찍어서 학원의 소셜미디어에 올려도 되겠냐고 묻는다. 내가 영광이라고 했더니 같이 내려가자고 한다. 교장이 만나보고 싶다고 했단다. 교장은 이 시를 어떻게 쓰게 되었냐고 묻고는 자기는 둘째 구절이 너무 좋단다. 아니 뭐 동시같은 걸로 부끄럽게... 그리고 얼떨결에 예쁜 시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것은 학원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갔다. 교사 M이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녀가 예쁘게 꾸며 주어서 더 좋다. 나에게 이 작품을 집에 가져가겠냐고 묻는데 괜히 가져가다가 망가질 것 같아서 그녀의 교실에 붙여두기로 했다. 너무 신난다. 



보충 수업 시간에는 small talk에 대해 배웠다. 가볍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화제로 안부, 날씨, 스포츠, 생활 등이 있고 안면이 있으면 가족, 일, 몸무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단다. 하지만 정치, 종교, 금융 등은 small talk가 아니므로 함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단다. 그리고 어떤 회의가 있거나 발표가 있을 때도 대부분 small talk로 시작한단다. 


도서관에 가서 복습을 하고 나서 인터넷 검색을 조금 했다. 그리고 도서관의 4층 미팅룸에서 진행되는 밋업의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다. 원어민들 사이에서 글쓰기 모임이라 많이 떨렸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들의 대화는 50%정도 이해했고 그들의 글은 20%정도 이해했다. 내 의사 전달은 대부분 잘 한 것 같다. 모임에 신청한 사람든 10명이 넘는데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실제로 온 사람은 6명이었다. 

그런데 이 모임은 서로 자기 소개도 하지 않고 곧장 주최자가 토픽을 주고 그 자리에서 글쓰기를 해서 서로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좀 당황스러웠다. 토픽은 두 가지 중에 선택하면 된다. TV 시트콤 인물이 된다면 어떤 인물이 되고 싶은지 혹은 내가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할지 써보는 것이다. 아! 이래서 다들 노트북을 가지고 왔구나 싶다. 그래도 나는 그 사이에서 꿋꿋하게 공책을 펼치고 스토리를 썼다. 내 힘으로 짧은 시간에 스토리를 영작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서 구글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스토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구글이 이야기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나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의 교사가 되는 것으로 글을 썼다. 교사가 학생들을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도 인간이기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교사가 학생과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이다. 그냥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리고 평소의 내 생각이다. 

마침 여기 영어 교사가 참여했는데 그녀는 내 발표를 듣더니 아주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역시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잘 통한다. 이렇게 내 발표는 그럭저럭 했지만 역시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는 것은 너무 어렵다. 어쨌든 어떤 사람은 미래 사회의 기계와 인간의 삶을 소재로 한 시트콤을, 어떤 사람은 범죄 스릴러 시트콤을 생각해냈다. 그 중 범죄 스릴러 시트콤을 쓴 사람은 아무래도 현직 작가인 듯하다. 그녀가 미리 준비해온 자신의 글을 주는데 이게 범상치 않다.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해서 놓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시나리오 작가인 듯하다. 

다들 발표를 한 후에 내가 쓴 시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시라면서 한 사람이 낭독을 해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지금 나는 영어 공부 중인 학생이고 가을에 대한 단어를 배우면서 너무 아름다운 단어들이라서 시를 써 보았다고 했다. 영어 교사는 내 시가 좋다면서 자기도 시 한 편이 있다면서 읽어주었다. 그녀의 시도 5줄짜리로 짧은 시다. 내용은 역시 가을에 대한 내용이다. 

이렇게 캐나다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을 했다. 비록 내가 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영작은 구글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영어를 배우러 와서 참 별거를 다 하는구나. 이러다가 영어로 작가 데뷔하는 거 아닐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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