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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y 22. 2024

새로운 시도

2023.10.17.화요일

문법 수업

아침부터 부지런히 질문을 했다. 교사에게만 질문하면 그녀가 너무 힘들까봐 잘하는 학생 두 명에게 하나씩 질문하고 교사에게 2개를 질문했다. 대충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좀더 명료하게 이해하고 싶은 것들과 문맥이 잘 파악되지 않는 것들을 질문했다. 대만친구 J와 함께 토의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조금 답답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오늘은 미래 완료와 미래 완료 진행을 배웠다. 미래 시제에도 완료와 진행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시점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두 개가 제시된단다. 미래의 사건 1이 미래의 사건 2가 발생하기 전에 완료되면 미래 완료이고 진행 중이면 미래 완료 진행이란다. 아이고, 뭐가 이리 복잡하냐? 헛갈린다. 연습 문제 풀기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특히 어떤 문제는 내가 예상했던 문장 구조가 아니라서 당황했다. 이게 뭐래니? 내가 썼던 답이 다 틀린 것 같아서 수정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풀어보기로 했다. 교사가 설명하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질문할 타이밍도 놓쳤다. 복습만이 살 길이다.


듣기 수업

이제 이 수업은 패턴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두 번만 듣고 문제를 풀거나 빈칸을 메꿔야 하는 것이 아직도 힘들지만 덕분에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문제는 주로 절반 정도 맞춘다.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내용으로 듣기와 단어 익히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나저나 금요일 발표를 위해서 약물 오남용에 대한 영어 뉴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건 언제 듣고 어떻게 요약하냐? 오늘 할 수 있을까? 지금 문법 수업과 쓰기 수업에 밀려서 듣기 수업의 발표 준비를 할 틈이 없다. 너무 바쁘다.. 



쓰기 수업

오늘도 잘된 글을 샘플로 해서 어떻게 글을 쓰면 매력적으로 쓸 수 있는지 분석했다. 여러번 반복하니까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알겠다. 다만 그렇게 쓰려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단어 공부. 그렇다고 해서 단어만 따로 공부하는 것은 이미 경험해봐서 아는데 바보짓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단어가 내 것이 되려면 사용하면서 친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결국 많이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교재에 제시된 구조에 따라 쓰기 연습을 했다.

다만 이쯤에서 걱정되는 것은 우리는 두번째 본문을 아직 공부하지 않았다. 다음 주 화요일이 시험인데 거기에는 두 개의 본문의 내용 확인, 거기에 나온 단어와 품사, 새로 제시되는 짧은 글이 문제로 나온다. 이러다가 또 두 번째 글은 하루 만에 끝나는 것일까? 걱정이다.  



점심 시간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문법 복습에 들어갔다. 오늘 내가 멘붕이 온 문제를 한국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통째로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 같아서 긴급 구조 요청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잘못 파악한 것이 아니다.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문제는 제대로 풀었으나 교사의 첫번째 정답 풀이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교사가 다른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나는 내가 뒤집어서 푼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한번 당황하면 그 뒤의 말은 들지지 않는 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윽! 정신 차리자. 당황했을 때 특히 평정심을 찾고 침착하게 생각하자.



회화 수업

교실에 들어가보니까 약간 분위기가 어둡다. 뭔일인가 했더니 교사 R이 어제 교사 회의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한다. 지금 이 학원은 수십년간 이어온 수업 방식을 바꾸려고 한단다. 이 학원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법, 듣기, 읽기와 쓰기, 발음, 회화 이렇게 5가지 과목을 나누어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추세는 이들을 통합해서 가르친단다. 사실 영어만이 아니라 많은 언어 교육의 추세가 분절보다는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다른 학원들에서는 통합 수업을 많이 하고 있단다. 

지금 학원의 운영진 측에서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교재를 제시했는데 교사들이 그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단다. 운영진이 제시한 것은 오전 3시간을 한 명의 교사가 통합 수업으로 진행하도록 하고 오후에 문법과 회화 강좌를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는 교재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분량이 많아서 진도 나가기 벅찰 것 같다는 점이다 둘째는 오전 3시간을 한 명의 교사에게 배우도록 하는 방식이 학생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교사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는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 보았다. 오전 내내 한 명의 교사에게 수업을 들으면 어떨까? 대부분 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교사 중에 비선호 교사가 있는데 그 교사에게 배우게 되면 어쩌냐, 같은 교실에서 내내 있으면 지루할 것 같다, 교실을 이동하면서 여러 국적의 친구들을 만들게 되는데 그건 어쩌냐 등등의 의견이다. 

교사는 나에게 특히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전직 국어교사인 나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요즘 언어 교육이 통합을 지향하는 것은 맞다. 다만 그게 모국어 공부가 아닌 외국어 공부에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영어를 배우는 나의 경우, 문법 레벨과 나머지 레벨이 다르다. 내가 본 바로 학생들마다 과목별로 레벨이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들을 하나의 교실에 묶이면 분야별로 서로 다른 레벨 차이는 어떻게 극복하지? 그리고 통합 교육이 좋다해서 그것을 전체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극단적이다. 절반 정도는 통합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분절해서 수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운영진에서 제시한 것이 오전 통합, 오후 분절이지만 오전 3시간은 너무 길다. 웬만한 블럭 수업은 2시간이 최대치라고 본다. 이런 논지로 말했다. 영어로는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는데 교사가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이런이런 의미냐고 되물었다. 그래. 맞아.

한바탕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는 오늘은 우리에게 그룹별로 프리젠테이션을 할 주제를 주겠단다. 목요일에 발표할 것이고 준비할 시간을 주겠단다. 발표 주제는 캐나다 여행 계획 세우기다. 다만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곳, 너무 많이 알려진 곳(밴프, 빅토리아, 휘슬러)은 제외, 1인당 여행 경비는 1,000캐나다 달러(약 100만원), 여행 기간은 3~4박 일정. 이런 조건이 주어졌다. 그러면서 3인씩 팀을 묶어 주었다. 총 3팀인데 지금 어디로 갈지 검색해서 의논하란다. 어느 팀이 먼저 정해서 외치는 장소는 다른 팀에서는 제외하란다. 다들 갑자기 급해졌다. 우리 팀은  Squamish로 정했다. 휘슬러라는 곳에 가는 길에 있는 곳인데 셔틀버스로 갈 수 있는 곳이라 이동 경비도 절약할 수 있고 그곳에는 곤돌라, 하이킹 코스, 박물관 등이 있어서 볼거리도 풍부하다. 장소를 잘 정한 것 같다. 오늘은 장소만 정했다. 재밌겠다. 다만 이번 주에는 프리젠테이션이 또 두 개가 겹친다. 왜 자꾸 한꺼번에 몰리는 거야? 



보충 수업

오늘도 보강교사가 들어왔다. 그는 우리에게 어떤 주제가 좋겠냐고 묻는다. 어떤 친구가 영화를 제시했더니 교사가 검색해서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미스터빈으로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는 Rat Race라는 영화다. 되게 오래된 영화인데 이 교실에서 본 학생은 나 뿐이다. 연령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하.하. 교사는 학생들에게 내용을 대충 설명하고는 유투브에서 관련 영상을 맛보기로 보여주었다. 

영화 내용을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서 룰렛을 돌리다가 이상한 초대를 받은 사람들이 한 호텔에 모인다. 그들에게 열쇠가 하나씩 주어진다. 그 열쇠는 여기서 한참 떨어진 어느 도시의 사물함 열쇠인데 그 사물함에는 2백만 달러가 들어있단다. 누구든지 먼서 가서 여는 사람이 가지란다. 경쟁에는 아무 룰도 없단다. 그런에 이들의 좌충우돌 경쟁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들을 초대한 부자들인데 이들의 경쟁을 구경하고 누가 이길지 배팅하면서 인간 레이스를 즐긴다. 즉, 이들은 인간 경주마인 셈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교사는 대략적인 내용을 설명하고는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주어진다면 또는 로또가 당첨된다면 무엇을 할지 말해보란다. 학생들은 집을 짓겠다, 세계 여행을 가겠다, 병원과 학교를 건립하겠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말했다. 교사는 이 중에 몇 개의 단어를 칠판에 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이어나갔다. 돈이 많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유언을 남긴다면 재산을 어떻게 할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어로 표현하기에 좀 어려운 주제이지만 잘 안 떠오르는 단어는 교사가 제시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이 끝났다.



보충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학원 입구에서 몇 명의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바로 문법 교사 M의 문제 때문이다. 그들은 문법 교사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녀와 어떻게 이야기 되었냐고 묻는다. 나는 금요일에 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일단 이 수업에 남기로 했고 대신 그녀에게 질문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떤 친구가 문법 교사에게 질문해도 수업 시간에는 그녀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친구는 그녀가 잘하는 친구들을 너무 사랑해서 나머지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하고 자기는 그래서 포기하고 질문하지 않는 거라고 말했다. 아! 그랬구나. 사실 나는 처음 이 교실에 왔을 때 수업 시간에 아무도 질문하지 않아서 나만 못알아 듣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수업 중에는 질문을 못한 것이다. 만약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나뿐이 아니라면 우리는 질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단 자기도 수업 중에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변할지는 모르겠단다. 나는 우리가 교사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녀의 태도는 바꿀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다. 어떻게 사람의 생각을 바꾸겠는가? 다만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는 있겠지. 일단 다들 그렇게 해보자고 하고 학원에서 나왔다.


학원에서 나오는데 아까 보충수업의 보강교사와 마주쳤다. 그는 나에게 오늘 수업이 어땠냐고 묻는다. 보아하니까 보강교사로 여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신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지난번에도 같은 질문을 했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토론 수업을 좋아해서 나에게는 좋다고 했다. 단어의 난이도는 어땠냐고 묻는다. 반 정도는 아는 말이고 반 정도는 모르는 말이었다. 아는 말도 복습하는 것은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정말 다른 학생들도 토론 수업을 좋아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오는 길에 아까의 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함께 가게 되었다. 그들과 밴쿠버 날씨 이야기, 맛있는 간식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열나게 공부를 했다. 친구들과 함께 가니까 좋은 점은 화장실 갈 때 짐을 봐줄 수 있어서 편하다. 그리고 간식도 나누어 먹어서 골고루 맛난 것을 먹어 보았다. 여기서는 수시로 허기가 진다. 

공부할 것들이 산더미다. 문법 복습도 해야겠고 듣기와 회화 수업의 프리젠테이션도 준비해야 한다. 작문 수업의 단어 공부도 해야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문법은 예습도 좀 해볼까 한다. 아, 너무 바쁘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까 오늘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학원의 교육과정을 새롭게 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문법 교사 M의 수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학원의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변화는 좋을걸까?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다. 어떤 변화가 좋은 걸까? 그건 겪어 봐야 알겠지? 나에게 남은 기간은 6주인데 그 사이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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