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2014년 8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2년 동안 지리산둘레길에 미쳐서 2,3주에 한 번꼴로 지리산으로 달려갔었다. 20 여개의 코스를 완주하고 나서 한동안은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 후유증으로 속초로, 통영으로 미친 듯이 전국을 싸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간간히 둘레길을 걸으면서 새롭게 바뀐 길도 확인하고 주변의 변화한 풍경도 돌아보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것이 왜 그렇게 좋은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안겨 하염없이 걷는 것이 그냥 좋다. 숲길도 지나고 마을도 통과하고 개울도 건너고 고개도 넘는다. 아스팔트길이나 시멘트길을 걸을 때도 많은데 그때는 발이 아프다. 하지만 눈으로는 지리산을 담을 수 있어서 참을 수 있다. 길이 다채롭고 적당하게 힘들고 적당하게 편하다.
이제부터 길고 긴 지리산둘레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시점과 종점에 대한 정보도 담고 구석구석 길의 풍경도 담아보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을 걸어볼까 하는 분들에게는 필요한 정보가 되고 다녀온 분들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리게 걷는 나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시간이나 난이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기를 바란다.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의 첫 번째 이야기는 3코스 인월-금계에서 시작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원칙적으로는 숫자를 붙이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천-운봉 구간을 1코스라고 하여 시작점으로 삼는다. 운봉-인월이 2코스, 인월-금계가 3코스이다. 인월-금계 이야기를 첫 번째로 하는 이유는 지리산둘레길에 푹 빠지게 된 첫 경험지이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처음 걷기로 한 것은 그 옛날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였다. 좀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다녀서 길을 잃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중간에 숙소도 많아서 나의 느린 걸음에 적합한 구간으로 보였다.
이 여행기는 기본적으로 2014년 8월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으나 이후 새롭게 업데이트된 정보도 간간히 담겨있다. 인월-금계 구간은 2015년 9월, 2018년 10월, 2019년 10월에도 걸었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에서 시작하여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에서 끝나는 3코스는 총 20.5킬로로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http://jirisantrail.kr/)에서 제시한 시간으로는 8시간 걸리고 난이도는 상급에 속한다. 하지만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난이도도 상급인지 아닌지는 좀 애매하다고 본다.
나의 경우 3코스를 지금까지 4번 가보았는데 그때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 달랐다. 처음 갔을 때는 1박 2일 걸렸고 두 번째 갔을 때는 6시간 걸렸다. 세 번째 갔을 때는 8시간, 네 번째 갔을 때는 7시간 걸렸다. 혼자 갔을 때와 일행이 있을 때, 일행의 걸음이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시간이 다 달랐다. 대체로 산을 좀 타본 사람들에게는 6시간 정도, 엄청나게 느린 사람들에게는 10시간도 걸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난이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이다.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코스의 길이보다는 고도의 변화인데 제법 높은 고개를 4번 정도 넘어서 난이도가 높아 보이지만 굽이굽이 돌아 서서히 언덕을 오르기 때문에 고개를 넘었는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구간별로 고도가 제시되어 있으므로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또는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에서 구간별 간이 지도 혹은 스탬프 책자를 구입하면 거기에도 고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참고하면 참 좋다.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을 정리해 보았다.
- 주차는 인월은 지리산둘레길인월센터 앞 주차장(센터 안 화장실 이용), 금계는 둘레길함양안내센터 앞 주차장(주차장에 공용화장실 이용)
- 대중교통은 인월과 금계 구간을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있고(하루 5번 정도) 마천까지 가면 더 자주 있으므로 다른 구간에 비하면 이동하기 수월한 편임.
- 간이주점, 매점, 식당 등이 곳곳에 있으므로 먹거리는 걱정 안 해도 됨(단, 계절과 요일에 따라 휴업하는 곳이 있으므로 물과 간식 준비 필요)
- 숙박은 인월에는 읍내에 모텔이 두세 군데 있고 읍내를 벗어나면 펜션도 많음. 금계마을에도 민박과 펜션이 많음. 그리고 둘레길 중간에도 간간히 민박과 펜션이 있고 둘레길에서 약간 벗어난 매동마을, 상황마을 등에도 숙소가 많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함. 다만 성수기에는 유명한 곳은 예약이 찬다고 하니까 미리 확인이 필요할 듯함.
3코스 시작하는 곳은 인월교이다.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는 이 시작점으로부터 좀 떨어져 있다. 인월교에서 인월읍 방향으로 건너가서 우회전하여 200미터 정도 걸어가면 있다. 센터 앞에 주차장이 있으므로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인월교의 출발점 근처에도 주차 공간이 있긴 하지만 마을 주민과 민박집 주차장이므로 둘레꾼들은 되도록 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작점을 출발하면 한동안은 개천둑길을 따라 걷는다. 이 개천의 이름은 '람천'. 한참 동안 개천 둑길을 걷다가 커다란 건물(요양원)의 아래쪽을 지나면 잠시 찻길을 걷게 된다. 차가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인도가 따로 없어서 조심해야 한다.
찻길을 150미터 정도 걸으면 갑자기 좀 뜬금없는 성문 같은 것이 있는 한옥 건물이 나오는데 중군마을 입구이다. 그곳에 화장실이 있으므로 필요시 이용. 중군마을에는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을 지날 때는 주민분들께 피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조용 지나가자. 간혹 단체로 둘레길을 걷는 분들이 계신데 마을을 지날 때는 실례가 되지 않도록 너무 떠들지 말고 사진 찍는 것도 조심했으면 좋겠다.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마을 길을 빠져나가 조금씩 오르막 길을 걷게 된다.
오르막이지만 잘 닦인 농로라 걷기는 어려움은 전혀 없다. 한참 걷다 보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은 황매암으로 향해 고도를 조금 더 높이는 길로 중간에 산길을 걸어야 하고 왼쪽 길은 이대로 농로를 따라 조금 돌아가는 길이다. 위에 제시한 지도를 참고하자. 두 길은 결국 만나게 된다.
황매암에서 내려오는 산길과 편한 농로 길이 다시 만나는 삼거리 근처에 작은 주점도 있으니 막걸리 한 사발하고 가는 것도 좋다. 막걸리를 시키면 김치를 조금 주신다. 막걸리는 잔으로도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이 주점은 항상 열려있지는 않았다. 인적이 드문 시간이나 주말이 아닌 때는 열지 않는다.
막걸리를 먹고 나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왼쪽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푯말을 잘 살펴보고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한참 동안 산속 길을 가야 하는데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큰 주막이 또 있다. 계곡을 끼고 있어서 여름에 아주 시원하니 좋다. 이 주막은 새벽에는 무인으로 운영되고 주말 낮동안에는 라면이나 파전도 파는 곳이다. 무인으로 운영될 때는 막걸리와 김치를 알아서 꺼내 먹고 돈통에 현금을 넣으면 된다. 지리산둘레길을 걸을 때는 현금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시골장터나 간이주점에서는 현금이 필요하다.
이 숲길은 한동안 오르막길로 이어지다가 배넘이재라는 푯말을 기점으로 내리막이 된다. 오르막이라지만 계속해서 헉헉대고 올라가야 하는 길은 아니고 산속 오솔길을 따라 약간 올라가다가 평평한 길을 가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하여 아주 힘들지는 않다. 다만 길이 좁으므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사진도 찍고 나무도 쳐다보고 작은 벌레나 버섯류도 구경하면서 슬슬 산책하듯이 걸어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다시 농로를 만나게 된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중간에 멋들어진 소나무와 벤치가 있으므로 쉬어가도 좋다.
소나무와 벤치를 지나면 곧 장항마을이다. 장항마을 입구에 또 주막이 있다. 3코스의 가장 좋은 점은 주막이랑 식당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5코스 이후부터는 둘레길 중간에 주막이나 식당이 없는 구간이 많다. 아예 시작부터 끝까지 구멍가게도 없는 구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