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에 미치다(2)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by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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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교를 지나 큰 도로를 건넌다

장항마을을 스치듯 지나 장항교를 건너면 큰 도로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0미터 정도 찻길을 조심해서 걸아가야 한다. 여기에 작은 가게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다만 가게가 문을 닫고 있을 때가 많다. 화장실 있는 곳에서 길을 건너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오르막 시작 부분에 숨은 듯이 자리한 멋진 카페가 있다. 그 이름은 히말라야. 아, 내가 갔던 그 히말라야. 너무 반가운 이름이다. 맛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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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과 전기 울타리

도로를 건너 슬슬 오르막길을 가다가 산능성이를 끼고 걷는다. 둘레길이나 혹은 여러 산길을 다니다 보면 전기 담장을 가끔 보게 된다. 멧돼지와 같은 산 짐승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사람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가끔은 (특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는) 남의 농작물에 손을 대는 몰상식한 자들이 있다고 한다. 제발 좀 그런 짓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IMG_4595.JPG 길가의 예쁜 꽃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예쁜 들꽃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는데 어떤 꽃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아마도 마타리라는 약용 식물인 것 같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내가 식물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꽃검색하기나 모야모 어플에 물어보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여러 번 봐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나야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리산에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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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능선을 끼고 이어지는 길과 삼거리


약간의 언덕을 오르다가 내리다가 하면서 능선을 끼고 길이 이어진다. 길은 농로로 잘 닦여져 있다. 그러다가 살짝 내리막길을 만나면 바로 매동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매동마을이고 좌회전하면 금계를 향해 가는 둘레길을 계속 가게 된다. 매동마을에 숙소를 잡았다면 직진했다가 다시 이 길로 올라와 시작하면 된다. 금계 방향으로 길을 가면 집들이 몇 채 들어서 있는 널찍한 농로를 따라 걷는다. 처음 둘레길을 걸었을 때는 한두채 집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집들이 제법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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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우거진 숲길과 고사리 밭

넓은 농로를 지나면 숲으로 우거진 길을 걷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사리밭들. 내 평생에서 이렇게 많은 고사리를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고사리를 먹나?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잘 몰랐나 보다. 그런데 둘레길은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 가는가에 따라 고사리가 우거진 밭을 볼 수도 있고 황량한 경치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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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오솔길과 내리막길

산속의 오솔길을 만나지만 대체로 슬슬 걸어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내리막에서는 계단길도 있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나는 산 길에서는 등산스틱을 사용한다. 어렸을 적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트라우마 때문에 계단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미끄러질 때 균형 잡을 자신도 없다. 특히 집안 내력상 무릎이 약해서 내리막길에서는 스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길이 험하지는 않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윽스윽 잘 지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내가 워낙 느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옆으로 비켜주고 반갑게 '좋은 산행되세요.'하고 인사하면 된다.



IMG_4635.JPG 고사목인 듯한 멋진 나무

멋진 나무도 많고 중간중간 작은 시냇물을 여러 개 건너게 되어 지루하지 않게 갈 수 있다. 중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많은 것들이 있는데 이 지역에서 살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길가에 사진 전시를 한다는 곳의 안내문이 있다. 하긴 지리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멋지다. 지리산이 많은 영감을 줄 것 같다. 그리고 산비탈 들판에 벌을 치는 곳도 있다. 벌 치는 곳을 지날 때는 좀 무섭기도 했다. 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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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와 시냇물

숲길을 가다가 탁 트인 곳을 만나면 다시 농로가 이어진다. 몇 채의 집을 지나고 작은 시냇물도 건넌다. 이러한 개울길은 비가 많이 오면 건너가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많은 계절이라면 여름일 테니까 그럴 때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이다.

아래쪽에 중황마을이 있기 때문에 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여러 번 나온다. 그래도 둘레길 이정표가 잘 되어 있으므로 헛갈리지 않게 갈 수 있다. 3코스의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힘들면 얼마든지 중간에 마을로 내려가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일행 중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이 생기거나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가 좋다. 아까 그 매동마을에서 숙박을 하거나 중황이나 상황마을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다. 둘레길 바로 옆에 있는 민박집도 있고 조금 걸어내려가야 하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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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둘레길의 풍경들

다양한 경치를 보게 되는 것이 3코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쌓은 축대를 쌓거나 연못을 만든 사람들이 신기하다. 어떤 곳은 오래전에 화전민들이 살았던 터이고, 어떤 곳은 지금도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작물을 키우는 곳이다. 예전에는 접근이 쉽지 않은 산 속이었지만 지금은 길이 잘 닦여있다.



IMG_4719.JPG 상황마을의 다랭이 논

비슷비슷한 농로를 지나다가 숲을 한번 지나면서 갑자기 멋진 계단식 다랭이 논이 펼쳐진 곳이 나온다. 거기가 상황마을이다. 중황마을과 상황마을은 거의 붙어있고 모두 아름다운 다랭이 논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다.

이 다랭이 논은 약 4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산비탈의 지형을 따라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어서 우아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까이 가면 층층이 쌓아 올린 솜씨와 그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논마다 익어가는 벼가 그득그득하다. 아마도 황금들판을 이루는 가을에 오면 또 다른 멋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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