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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2)

내 사랑 지리산둘레길 위태-하동호

by 바람


IMG_3658.JPG 양이터재를 넘어

양이터재를 넘으면 전망이 너무 좋은 길을 걷는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가 범상치 않다. 방향으로 보니 지리산 방면인 듯하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운데 사진이 다 담아내지 못한다. 카메라는 분명 인간이 만든 아주 멋진 기계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것만큼 찍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경치는 직접 가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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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끼고 걷는 길

산 능선을 끼고 걸으니 전망이 계속해서 좋다. 저 멀리 지리산 줄기를 보면서 걷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한 가지. 산에 심어진 나무들이 일렬로 서 있다. 이 산에는 일부러 나무를 줄 맞추어 심은 것 같다. 아직 나무들이 다 자라지 못해서 이렇게 줄이 보이지만 몇 년 후 울창하게 우거지면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잘 자라라. 나무들아. 근데 나무들을 너무 촘촘하게 심은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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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과 안내문

넓은 길에서 다시금 숲길로 꺾어진다. 이번에도 벅수를 잘 보자. 그런데 안내문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비가 많이 왔을 때는 숲길에서 건너기 어려운 계곡 구간이 있으므로 지금 걷는 큰길을 따라 내려가라고 한다. 장마 기간에는 이 길은 걷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긴 장마 기간에는 아예 야외 활동을 하기가 어려우므로 이곳에 올 일도 없을 것이다.




IMG_3651.JPG 숲길의 쉼터

숲길을 들어서자마자 의자가 있어서 쉴 수 있다. 주변의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아주 편히 쉬어갈 수 있다. 참 고마운 나무들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보니 멀리 구름이 희한하다. 어찌 보면 유령인 듯도 하다. 유령이 두 팔을 뻗친 것 같이 보이는 건, 내 눈이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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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의 식물과 울창한 숲길

바위의 좁은 틈새에 작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어쩌다가 씨앗이 거기에 떨어져서 그 틈새를 비집고 싹이 트고 자랐는지 신기하다. 잘 자랄 수 있을까? 길은 울창한 숲을 지난다. 나무들이 하나같이 다 잘생겼다. 수종도 다양하다. 이 길은 식생이 다양한 구간이라 하더니 정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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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넘치는 나무들

그리고 이 구간의 나무들은 참 개성이 넘친다. 자라는 방향도 자기 마음대로, 뻗어 나온 줄기도 자기 마음대로다. 지금까지 본 숲들 중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수종도 다양하지만 나무 형태도 다양하다. 아주 재미있는 숲이다.




IMG_3612.JPG 계곡을 끼고 있는 숲길

숲길은 이내 계곡 길로 이어진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는 곳도 있다. 이렇게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은 동강-수철 구간하고 비슷한 느낌이다. 그때도 물소리가 길을 따라 계속되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서 여기는 한여름에 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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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건너는 길

숲길 중간중간에 계곡을 몇 번 건넌다. 아까 숲길 입구에서 폭우가 오면 이 오솔길로 들어서지 말고 큰길로 돌아가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지금은 징검다리를 몇 개만 건너면 되지만 물이 많이 흐르면 아예 건너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길도 많이 미끄러울 것이다. 지금은 아주 즐겁게 걸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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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이어지는 숲길

이번 길에도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대나무 숲과 여러 나무가 섞인 숲을 번갈아 지난다. 보통 대나무 숲이 나오면 이어서 마을이나 인가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대나무 숲을 지나 또 다른 숲으로 이어진다. 숲 속에 대나무 숲이 있는 셈이다. 여러 모로 재미있는 구간이다.





IMG_3589.JPG 숲 속의 의자

적당한 위치에 의자가 있다. 그것도 외롭지 말라고 두 개나 있다. 아까 숲길 초입에 있던 쉼터에서 한참 걸어와서 다리가 아플 때에 만난 의자라 더 반갑다. 숲 내음을 맡으면서 한참 쉬어준다. 그냥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적당히 다리가 아픈 것도 좋고 편하게 쉬어주는 것도 좋다. 바람 소리도 좋고 숲 냄새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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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을 지나 큰 길로

숲 속 길을 걷다 보면 다시금 시멘트길이 나온다. 흙길이 끝나서 아쉽지만 목적지인 하동호가 가까워진다는 신호다. 아까 양이터재까지 제법 고도를 높여서 그런지 내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여기서도 한참 동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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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과 하동호 쉼터

여러 가지 나무들이 있는 숲길을 지난다. 중간에 대나무 숲도 있다. 아까 걸었던 산속 길과 비슷하다. 다만 여기는 길이 잘 닦여진 시멘트길이라는 점이 다르다. 한참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고 하동호가 보인다. 저 아래에 하동호를 바라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므로 여기서 도시락 까먹어도 좋다. 내가 갔을 때에는 단체로 오신 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냥 패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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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호를 끼고 걷는 길

하동호를 끼고 걷는다. 옆으로 도로가 있는데 차들은 아주 가끔 지나간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이 있다. 그리고 걷는 내내 멀리서 목탁과 염불 소리가 들린다. 호수 건너편에서 들려오는데 하동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들렸다. 이 정도면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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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댐

길은 하동호댐 위로 이어진다. 하동댐을 건너가면 이번 코스가 끝난다. 댐 위를 걷는 것은 좀 신기한 경험이다. 다만 인도가 따로 없어서 차가 지나면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2023년) 하동호 중간에 다리를 놓는다고 공사 중이다. 하동호 주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던데 그 중간 지점에 출렁다리를 놓는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 주변으로 무언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갈 때마다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좀 슬프다. 개발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둘레길 10코스인 위태-하동호 구간도 두 번 걸었다. 점점 두 번 이상 걷는 구간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두 번 이상 걷게 되면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보인다. 자연은 변하지 않는데 인간이 변한다. 인간이 만든 것들이 변한다. 물론 변하지 않는 것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변하는 것이 다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내 마음은 변함없이 지리산둘레길을 사랑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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