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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Oct 24. 2023

마지막 불꽃놀이

2023.07.29.토요일

야호!!! 즐거운 토요일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도서관에 갔다. 사실 숙제가 없어서 굳이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책도 읽고 더위도 피할 겸해서 도서관에 갔다. 이제는 익숙한 내자리. 오늘은 다행히 아무도 없다. 한달동안 새롭게 알게 된 단어들부터 정리해 보았다. 특히 취약한 부분인 품사를 중심으로 예문을 찾아 보았다. 의미를 알아도 품사를 모르면 제대로 문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단어 정리 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저번에 브라질 친구 L이 알려준 사이트를 통해 문법 복습을 해볼까 해서였다. 우선 레벨테스트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로그인을 해야 한다. 공용컴퓨터로 로그인을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로그인을 안하려니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결국은 로그인 없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만 읽어보았다. 

그리고 퀘백+앤섬 여행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고백하건대 공부한 시간보다 여행정보 검색한 시간이 더 길었다. 앤섬의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사람들의 후기에는 대부분 차를 렌트하라고 권하고 있다. 가급적 차를 운전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해 보았다. 영어로 검색하니까 앤섬에서는 가급적 환경보호를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면서 대중교통 시간표가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내가 가고 싶은 앤의 마을(캐번디시의 그린게이블스)로 가려면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찾아 보았다. 


도서관에서 나와서 시민회관으로 향했다. 지난번 포스터에서 보았던 영어회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건물에 들어가보니 Conversation Circle하는 장소가 화살표로 안내되고 있다. 두근두근. 안쪽으로 들어가보니까 작은 교실 같은 곳에 3사람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곳 시민회관 직원인 캐나다사람 T. 교수로 퇴직하고 나서 지금은 영어과외를 하고 있다는 캐나다사람 H. 6개월째 여기서 살면서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일본사람 S.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있는데 한 그룹이 더 합류했다. 대만에서 온 가족이다. 아버지 J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G와 딸 K를 데리고 왔다. 나중에 아프카니스탄사람 Y도 합류했다. 여기 직원 T가 진행하는데 아주 능숙해 보인다. 우선 자기 소개가 다 끝나고 나서 각자 쉴 때 무엇을 하는지 혹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었다. 자신은 공원 산책하면서 하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단다. 다들 오페라 관람, 영화 시청, 춤추는 것 등등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더듬더듬 소개했다. 대만 딸 K가 매우 수줍어한다. 귀엽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T가 커피와 핫초코 등이 있으니까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고 한다. 과자도 준비되어 있다. 참 친절하고 유쾌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듣기도 했다. 물론 내가 모든 말을 다 이해한 것은 아니다. 모임의 끝무렵에 캐나다 퇴직 교수인 H가 선생답게 우리에게 각자 말할 때 틀린 발음이나 문법을 교정해주었다. 이 모임 정말 유익하다. 여름에만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번을 포함해서 5회 진행한다. 아, 그런데 나는 8월에 여행으로 2회는 못 나온다.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을 가을에 갈껄 후회가 되었다.


영어회화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 퀘백과 앤섬의 숙소를 폭풍검색했다. 한참 여름휴가 피크라서 좋은 숙소는 벌써 마감을 치고 있다. 숙소 후보를 몇 군데 정하고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옆집으로 놀러갔다. 지난번에 내가 초대했던 한국 가족이 이번에는 나를 초대했다. 스파게티, 구운고기, 샐러드 등 진수성찬이다. 나는 답례로 이곳 밴쿠버의 특산품이라는 아이스와인을 사가지고 갔다.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따가 불꽃놀이에 같이 가면 안되냐고 묻는다. 아이들이 가고 싶단다. 나는 괜찮다. 어차피 혼자 가려고 했던 거니까 상관없다. 대신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데 괜찮은지가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그래 가자고 했다. 어차피 내일은 늦잠자도 되는 일요일이니까 가자.

잠시 쉬었다가 시간 맞추어 잉베로 향했다. 수요일보다 사람들이 더 많다. 하긴 토요일이고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온갖 사람들이 다 모였을 것이다. 서로 잃어버리지 않게 손을 꼭 잡고 사람들을 헤치고 해변의 제일 앞으로 갔다. 지난번에는 혼자라서 슬쩍 아무데나 끼어 앉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행이 좀 많아서 걱정을 했다. 무대의 정중앙은 아무래도 자리가 없고 조금 오른쪽으로 가니까 가족과 가족 사이에 살짝 공간이 있다. 에라 모르겠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냥 염치 불구하고 낑겨 앉았다. 비치타올로 자리를 확보하고 나서 혹시 바닷물이 여기까지 올까봐 모래로 낮은 둑을 쌓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는 걸 보고 아이들이 자기들이 둑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우리 앞쪽으로 3중의 둑을 쌓았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까 걱정안해도 되었다. 여기까지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에도 제일 앞줄에서 마지막 불꽃놀이를 즐겼다. 역시 아름다운 불꽃놀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제 한동안 불꽃놀이는 구경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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